몽환의 마을
김참
작은 집들을 밟을까 조심조심 걷는다. 걸을 때마다 거리가 흔들린다. 집이 흔들린다. 주차된 차들이 흔들린다. 텔레비전이 흔들리고 주전자가 흔들리고 찻잔이 흔들린다. 아무도 없는 거리를 지나 그녀의 집에 도착한다. 그녀가 활짝 웃는다. 우리는 응접실 소파에 앉아 라디오를 듣는다. 그녀가 찻잔을 들고 온다. 우리는 홍차를 마시며 음악을 듣는다. 창밖을 본다. 철거예정인 아파트 위에 독수리들이 떠있다. 그녀가 창문을 연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우리는 산책을 나선다. 독수리들이 그녀의 어깨에 내려앉는다. 우리는 왜 갑자기 이렇게 커져버린 걸까? 아파트 베란다에 널린 이불을 걷는 사람이 우리를 보고 화들짝 놀란다. 우리는 지하철 공사가 한창인 버스정류장을 지나고 포클레인이 차도를 파헤치는 빵가게 앞을 지나간다. 좁은 길을 따라 우리는 천천히 걷는다. 걸을 때마다 땅이 흔들리고 가로수가 흔들린다. 짙은 갈색의 지붕이 흔들리고 유리창이 덜컹거린다. 가능한 천천히 걸어 보지만 버스정류장들이 순식간에 지나간다. 길게 줄을 서서 버스를 기다리던 사람들이 우리를 보고 놀라 흩어진다. 우리는 해바라기 만발한 강변으로 간다. 구름이 비치는 맑은 강물 속엔 커다란 철갑상어들이 헤엄치고 있다. 나는 눈을 크게 뜨고 철갑상어들을 본다. 철갑상어들도 눈을 크게 뜨고 나를 바라본다. 저것 봐요. 철갑상어들이 우리를 보고 있네요. 나는 그녀를 향해 고개를 돌린다. 그런데, 그녀가 곁에 없다. 철갑상어들을 바라보는 그 짧은 순간 그녀는 어디로 가버린 것일까? 그리고 이제 나는 또 어떻게 그녀를 찾아야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