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의 절벽
김 정 수
아무 날도 아닌데 꽃을 선물 받았다.
아무 의미 없는 꽃 한 다발인데 당신이 주는 순간
의미가 생겨났다. 그렇다고 생각했다. 꽃의 절벽에
오래된 분노가 우두커니 서 있었다.
모기 한 마리에도 날밤을 새운 적 많았다.
첫눈의 무릎이 아플 때까지 당신을 차고 옆에 세워두기도 했다.
다 떠나서, 애들만 생각해요. 몸이
몸을 말리는 창가에서 축축한 당신의
저녁을 보았다. 파문을 만드는 낚싯대의 미늘도
툭툭 건드려 보았다.
같이 묶여 있으되 묶여 있지 않은 날들이 더 많았을 것이다.
아무 날도 아닌데 선물 받은 스타치스가 벽에 걸려 있었다.
아무 의미 없는 날들이 쉽게 용서되지 않는
용서였다. 보푸라기 같은 날들이, 툭하면 부풀어 오르던 위태로운 삶이
귓가에 앵앵댔다.
물의 죽음이 꽃을 다 빠져나가는 동안
거꾸로 매달린 꽃이 꽃을 닫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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