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지의 꽃/ 정희성(1945~ )
강원도 평창군 미탄면 청옥산 기슭
덜렁 집 한채 짓고 살러 들어간 제자를 찾아갔다
거기서 만들고 거기서 키웠다는
다섯살 배기 딸 민지
민지가 아침 일찍 눈 비비고 일어나
저보다 큰 물뿌리개를 나한테 들리고
질경이 나싱개 토끼풀 억새......
이런 풀들에게 물을 주며
잘 잤니, 인사를 하는 것이었다
그게 뭔데 거기다 물을 주니?
꽃이야, 하고 민지가 대답했다
그건 잡초야, 라고 말하려던 내 입이 다물어졌다
내 말은 때가 묻어
천지와 귀신을 감동시키지 못하는데
꽃이야, 하는 그 애의 말 한마디가
풀잎의 풋풋한 잠을 흔들어 깨우는 것이었다
나싱개(냉이)/차꽃
정희성시인의 민지의 꽃*을 읽다가
나싱개, 토끼풀을 잡초라 할뻔 한
시인에게 마음 상해 속대꾸를 하였어요
냉이꽃이 얼마나 사랑스럽고 이쁜데
잡초라니요?
다섯살 배기 민지도 아는 꽃,
민지가 꽃이라고 부르잖아요?
나싱개는 오월이 되기 전부터
십자꼴 모양의 희고 작은 네쪽 꽃을,
아주아주 작은 꽃을 총총 맺지요
마치 별들이 지구의를 타고 노는 것 같아요
시인이 모를리 없는데 공연히
나싱개, 토끼풀에 애정이 깊어
허둘허둘 혼자 붉으락푸르락 까부는거지요
달력풀 나싱개는 다른 꽃들과도
나란히 피는 참 정다운 풀꽃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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