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달력 김중일 밤에 빌딩이 달력처럼 일렁이며 걸려있다 열두 개의 동으로 이루어진 하나의 단지 백열등 같은 동그라미 안에 기억의 불이 환한 날과 캄캄하게 지워진 날, 불이 들어온 날들과 불이 꺼진 날들 불이 꺼진 어떤 날에 불현듯 불이 난다 밤과 밤이 부싯돌처럼 부딪힌다 부질없는 바람이 불고 영문 모를 불이 순식간에 번진다 사이렌 소리를 내며 달력 한 장이 활활 타고 있다 불타는 달력을 지나쳐 내 기억이 여태 사는 날짜로 귀가한다 기일과 생일이 잔뜩 입주한 달력을 온전히 내버릴 수 없어 바람 없는 날을 잡아 태우기로 한다 |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