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생하는 꿈
이선희
저승에는 문이 두 개 있었다
일반으로 들어가는 문과 시인으로 들어가는 문이었다
죽어서도 시인인 것을 기뻐하며 시인의 문으로 들어갔다
문 안에는 화려하지는 않지만 부유해 보이는 세상이 있었다
사람들은 천천히 산책하고 먼 곳을 보며
움직임도 이야기도 조용조용했다
익숙한 모습의 사람들이 더러 보였다
기형도 시인이 잠시 바라보았지만 인사를 못 했다
서정주 시인도 저쪽에서 누구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보였고
천상병 시인의 웃는 모습도 보였다
머뭇거리는데 윤동주 시인이 다가왔다
주변을 둘러보며 여기는 시인들의 세상이라고 했다
전생에서 쓴 시가 이곳에서는 재산이라고 했다
꿈인지 망상인지 문득 깨어나니 아침 햇살에 눈이 부신다
아직 나는 이 세상에 있었다
써 놓은 시가 부족해서 뒤돌아온 것만 같았다
이생에서 슬프고 외롭게 시를 쓰는 일이 복을 쌓는 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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