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이영선
사거리의 파라솔은 햇빛 맞는 전문가
악착같이 골든타임을 기다리는 프리랜서
그의 앞에서
검은 그림자 하나가 횡단보도의 흰 라인을 밟다가 흠칫
뒤로 물러선다
푸른 등이 켜지자 그들은 거친 숨을 내쉬며 건너간다
건너편에서 달려오던 무쏘가 눈알을 희번덕거리며 우회전한다
꽁무니에 쇠똥처럼 까맣게 굳은 녹이 보이는 소나타가
검은 연기를 내뿜으며 간다
비틀, 포니, 램을 밀어붙이듯
아슬란이 날카로운 발톱으로 아스팔트를 할퀴며 간다
쇠와 소음과 매연의 정글 속에서 파라솔의 하루가 간다
밤이 온다 누군가 와서 문득 그의 몸을 접어 구석에 세운다
그림자조차 없어지는 그는
아침이면 다시 사방에서 소리들이 어슬렁거리는 정글에 세워진다
그는 특수 노동자
이따금 그를 묶고 있는 쇠줄에 도로 관리인이
윤활유 듬뿍 발라주며 말한다
고장 나지 말고 딱! 한 번에 접혀지고
한 번에 펴져라, 올 여름 네 직장은 여기다
---이영선 시집 {앵무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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