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날개
이병연
순자 정희 미순 영미가 아닌
귀익貴翼
이름과 달리 날개옷 한 벌 없이 지내던 그녀가
흘러내릴 듯 매끄러운 원피스를 입어 보는데
야윈 얼굴 굵은 허리에 푸르스름한 달빛이 어렸습니다
나와 열세 살 차이가 나는 막내가
호두알처럼 커진 눈으로 그녀를 올려다봅니다
오래된 사진 속
낭창낭창한 허리에 눈꽃 같은 원피스 입고
양산 쓰고 있는 신식 여자
칠판 앞에서 어깨가 반 뼘쯤 올라가던 여자
그 여자는 어디로 갔을까
내 질문이 끝나기도 전
그녀는 얼른 옷을 벗어 놓고
어린 것을 한참이나 안아주었습니다
어린 새끼들 데리고 구불구불 먼 길 가느라
날기를 포기해 버린 어머니
부엌에 풍구처럼 하루하루 낡아만 갔습니다
-------이병연 시집 {바위를 낚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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