뻐끔뻐끔
이현호
오래되었던 애인과 헤어지고 돌아가는 길에 부고가 온다
오랜 친구의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울고 싶은 사람 뺨을 때리시다니요
집에도 들르지 않고 찾은 장례식장에는 슬픔이 먼저 와 있고
낯익은 친구 옆에서
처음 보는 아버지의 얼굴 앞에서
이렇게 멍석을 깔아주시다니요
우는 듯 웃는 듯 친구는 네가 왜 그렇게 우냐고 하지만
나는 나라서 울음이 필요해
친구도 아버지도 나도 무언가 놓쳐 버렸다
끈 떨어진 사람들
슬픔보다 늦게 일어나 슬픔보다 먼저 술잔을 비우며
홍어를 뒤적이다 보니
먼바다에서 잡혀 도마 위까지 살아서 도착해야 했을 것들
먼바다와 도마 사이에서
애인이었던 사람은 집에 잘 도착했겠지요
낚싯바늘에 걸린 물고기를 풀어줄 때
화들짝 물속으로 사라지듯이
나도 가고 싶은데 이곳은 너무 울기에 좋고
끈 떨어진 사람들 사이에서
슬픔은 아직 같이 일어날 생각이 없는지
벌써 두 접시째 홍어를 비우고
2026 웹진 『님』 5월호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