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추천시

뻐끔뻐끔 / 이현호

작성자이돈형|작성시간26.06.17|조회수24 목록 댓글 0

 

 

뻐끔뻐끔

 

 

 

이현호

 

 

 

오래되었던 애인과 헤어지고 돌아가는 길에 부고가 온다

오랜 친구의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울고 싶은 사람 뺨을 때리시다니요

 

집에도 들르지 않고 찾은 장례식장에는 슬픔이 먼저 와 있고

낯익은 친구 옆에서

처음 보는 아버지의 얼굴 앞에서

 

이렇게 멍석을 깔아주시다니요

 

우는 듯 웃는 듯 친구는 네가 왜 그렇게 우냐고 하지만

나는 나라서 울음이 필요해

친구도 아버지도 나도 무언가 놓쳐 버렸다

끈 떨어진 사람들

 

슬픔보다 늦게 일어나 슬픔보다 먼저 술잔을 비우며

홍어를 뒤적이다 보니

먼바다에서 잡혀 도마 위까지 살아서 도착해야 했을 것들

 

먼바다와 도마 사이에서

애인이었던 사람은 집에 잘 도착했겠지요

 

낚싯바늘에 걸린 물고기를 풀어줄 때

화들짝 물속으로 사라지듯이

나도 가고 싶은데 이곳은 너무 울기에 좋고

 

끈 떨어진 사람들 사이에서

슬픔은 아직 같이 일어날 생각이 없는지

벌써 두 접시째 홍어를 비우고

 

 

 

 

                                                                   2026 웹진 『님』 5월호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