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무들 2
이영선
지하철의 스크린도어가 경고음과 함께 철컥 닫힌다
나이 든 여자들이 미지근한 몸들을 착 붙이고 앉아있다
초록 옆에 파랑이 초록 앞에 노랑을 힐끔힐끔 눈짓한다
나이 든 여자들은 왜 화려한 색을 좋아할까?
카톡, 카톡, 좋아요, 좋아요...
톡톡, 소녀들의 손끝이 입술보다 빠르게 건너다닌다
이어폰에서 찌걱찌걱 흘러나오는 노래에 맞춰
키가 껑충한 중학생들이 코지작 코지작 코를 만진다
손잡이를 놓치고도 두 다리를 벌리고 꼿꼿이 서서
가는 사람은 이 도시에 오래 산 사람
누군가는 문밖에 달라붙는 어둠으로
누군가는 문밖으로 스쳐 가는 불빛으로
누군가는 전철 바닥으로 전해져오는 떨림으로
이 지하 도시의 시간을 가늠할 터인데
나는 생각한다
저들의 날개는 무사한가?
“이번 역은 국립중앙박물관, 국립중앙박물관 역입니다
내리실 문은 왼쪽입니다“
칸 칸 마다 같은 멘트가 흘러나오고
누군가는 졸리거나 초조한 얼굴로 안내 멘트를 머릿속으로 재생한다
종일 문 안에 갇힌 채
지나는 역마다 같은 말만 반복하는 그 AI가 또
발빠짐 주의! 발빠짐 주의!
타국의 언어처럼 지저귄다
움직이면 벽이 되고 멈추면 문이 되는 전철 안에서
승객은 절대로 닫을 수 없는 문이 느리게 움직이는 척하다가
순간 닫힌다
--이영선 시집 {앵무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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