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태료
이미순
한파로 길이 꽁꽁 언 아침나절
동서연합의원 쪽으로 두 노인이 걸어간다
지팡이를 든 노인이 한 노인의 어깨를 감싸고
감싸인 노인의 팔이 한 노인의 팔을 잡고가다
전봇대 아래서 빙판에 두 발이 엉켜 넘어진다
쓰레기 무단투기 단속 촬영 중입니다 적발 시 1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되오니 쓰레기를 무단투기하지 맙시다
이것도 무단투기는 무단투기인지라
과태료 100만 원에 덜컥 겁이 난 노인이 자빠진 노인의 등을 짚고 일어선다
아이고
세월 빠진 소리를 내며 일어선 노인이
다른 노인에게 지팡이 끝을 빠르게 들이밀고
일어선 두 노인이 한목숨처럼 붙들고 간다
--이미순 시집 {날마다 두 개의 자화상을 그린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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