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의 방 한 칸
박방희
유치원에 입학한 아이, 친구들이 생기면서 방에 대한 욕구가 생겨나 엄마에게 조른다 “나는 언제 내 방 있노?”
조름이 계속되자, 엄마는 아이를 타이르며 별 생각 없이 말한다 “조금만 기다려, 할머니 돌아가시면 할머니 방 네 방 하면 돼.” 집을 늘려 이사할 형편도 아니고 따로 아이 방을 넣을 처지도 아니었던 것이다
다음날부터 아이의 할머니 방 문안이 시작되었고
……그때마다 실망스런 낯빛으로 돌아서곤 했다
영문도 모르는 할머니는, 매일 아침 손녀아이가 와서 미닫이문을 홱, 열어보고는 쀼루퉁한 얼굴로 건너가는 것만을 보았다
어느 날, 할머니는 그 동안의 의문을 한꺼번에 풀 수가 있었으니 아이가 그 날 아침, 노인의 방문을 조용히 열고 말했던 것이다 “할머니, 언제 죽노?”
이승의 방 하나 비워주기 위해 그날 밤 노인은 목을 매었다
----박방희 시집 {생활을 위하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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