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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지의초점

애지초점 이돈형의 [안장鞍裝 ] 외 4편

작성자애지사랑|작성시간13.02.05|조회수57 목록 댓글 0

안장鞍裝 외 4편

이돈형

 

엄마는 불을 지피고

불은 타다 남은 무늬를 여 닫으며

내 눈망울을 양 갈래로 땋아 주었다

 

아궁이는 엄마의 불만 피우다

아궁이를 태우고

쉬는 시간 종소리를 베껴왔다

한동안 나는 종소리를 외우다

종소리의 종鐘이 되어

달리면서 수화놀이에 끼어들었다

 

달리기는

숨을 밀어낼 때마다 제자리에 멈췄고

엄마는 기울어가는 젖꼭지에서

연신 새로운 모양의 풍선을 날렸다

 

그때

문득, 그러니까 말言처럼

나는 엄마를 잃어 버렸다

 

지나가는 엄마들의 젖꼭지에서는

쉬는 시간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엄마는 어느 해변에서 불을 지피는지

물어볼 때마다

쉬운 짝짜꿍만 알려주었다

짝짜꿍, 짝짜꿍

 

나는 달려가다

젖지 않는 엄마를 그려볼까

엄마의 아궁이에서 까만 눈썹을 꺼내오자

땡 땡 땡

쉬는 시간 종소리가 울리고

일일연속극은 채널마다 방영되고 있었다

 

물의 중심

 

떨어지는 물의 중심은 전면에 있다

흐르기 위하여 온 중심을 전면으로 밀고 있는

물의 안간힘

물들은 중심을 전면에 두고 흐른다

 

멈출 수 없는 화두를 지닌 물의 숙명

저 폭포를 지나온 물은

능청스럽게 뼈들을 감추고 있다

뼈마디 마다 길들의 속성을 저장해놓고

밟히고 구겨져도 흩어지지 않기 위하여

중심을 전면에 두고 낙하하고 있다

 

어느 날 물의 광대뼈에 새겨진

가부좌를 튼 물의 눈을 본적이 있었다

탯줄자국처럼 움푹 패인 곳에 박혀있던 물의 눈

나는 스스로 떠나온 유배지에서

물의 눈을 맞이하듯

폭포 속으로 달려들었다 나오기를 반복한다

 

밀려오는 파도의 전면처럼

떨어지는 폭포의 전면처럼

물은 그렇게 제 몸을 밀고 나갈 때 비로소 흐름이 되고

물이 되어 흐른다는 것은

내어 준 길을 무리 없이 따라 나서는 것

쉼 없이 응하는 것

 

투척처럼 떨어지고 있는 폭포 아래에서

흐름을 멈추고 와해된 나의 위태로움이

하얗게 질린 몸으로

다시 생존을 모색하고 있다

오직 손사래만 칠 줄 아는 흔들리던 중심을

내가 밀고 온 길의 목차들을

장대비처럼 물에게 따라주고 있다

나의 물관은 아직 상투적이지 않았으므로

 

 

막창, 막장

 

빈 호주머니도

큰 우주라고 휘저으며

아무렴 배고픈 사랑도 사랑이겠지

휘휘 젓다보면 웃음보 하나쯤 터져주겠지

허허虛虛

재래시장을 찾아간다

 

긴골목은다채울수없는내장이었고나는골목의막창쯤에서걸어들어갔다

 

덤은 심심찮게

거진거진 산 노파의 입에서 흘러나왔고

살아있는 것들은 죽을 수 없어서

죽어있는 것들은 죽음의 흔적마저 없애려고

알뜰하게 삶과 죽음을 사고파는 재래시장 통

 

요행의 덤으로 살아온 나는

죄송하게, 죄송하게

격렬하게 살다 간 고등어, 물오징어, 돼지머리의

부릅뜬 두 눈들을 알현謁見하고 있다

 

저 강인한 눈들 앞에

방석 깔고 큰절이라도 올리고 싶어진 나는

이생의 장터 막장쯤에 서있었다

 

멀뚱멀뚱한 내가 가려워지고 있다

 

 

어느 측면에서 보면

 

참 어려운 일과다

사과나무가 붉어지는 시간까지

 

새가 날아갈 때 새똥은

잘잘못을 따지기 이전에 떨어진다

새똥이

사과의 얼굴로 떨어질 때

사과나무는

열매의 뿌리이며

사과의 주인행세를 하여도 된다

 

사과의 꿈이

붉음을 소유하고 있으면서도

늘 망설이다 개꿈만 꾸고 있는 구름을

진압하는 동안

사과는

새의 무리 속에서

새파랗게 똥을 싸고 있다

 

기가 찰 노릇이지만

스승의 마지막 말씀처럼

꿈을 챙기는 일이란

주문이 밀린 피자가게를 서성이다

맨 끝에서

긴 행렬의 눈치를 보는 일과 같았다

 

한동안

사과는 새파랗게 익어 갈 것이고

사과나무는 붉을 대로 붉어질 것이다

 

 

다음에

 

꼬리는

마지막 감정을 생각하고 있었다

 

우리는 난간의 웃음들을 떼어 내가며

스마일한 스타일을

변기통속에 집어넣고 물을 내렸다

 

방문객들은 일렬로 세워

달의 리본으로 쓰기로 하였다

그리고 테이블마다 앉아

귀뚜라미 울음소리로 맥주를 마셨다

리본이 마음에 들 때까지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의 귀를 자르기도 하였다

우리가 내는 화음은

아무도 들어본 적 없어

누구의 귀도 의심하지 않기로 하였다

 

서로가 서로를 마실수록 우리는 흘러내렸고

가끔씩은 몸을 포개가며

내 결혼식에 참석하지 못한

나의 결혼식처럼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줄을 서서 화장실에 다녀왔다

 

화장실의 비누처럼

우리의 꼬리는 흘러내리는 예언에만 흔들기로 하였다

우리가 늘 ‘다음에’ 있듯이

 

약력 : 충남 보령출생. 2012『애지』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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