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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지의시인들

정리움의 낮 12시

작성자애지사랑|작성시간22.03.13|조회수51 목록 댓글 0

낮 12시

정리움

 

햇빛이 하체를 내리쬐자

바람은 웃음을 담은 치마를 쏟아낸다

 

동사무소가 직장인 원선희 씨는

커피콩에서 아메리카노를 사들고

벤치에 앉아 비타민D를 마신다

 

로즈빌 빌라의 청년, 정우 씨는 정장을 차려입고

편의점에 들러 도시락을 사들고 나온다

 

까페 커피콩 언니는

사람들보다 많은 종이컵을 쌓아놓고

12시 15분이 되기를 기다린다

 

할머니의 지팡이를 잡은 할아버지가

한쪽으로 쏠리는 몸을 견디며 자춤자춤 따라간다

벤자민의 시계처럼 시간이 거꾸로 흐른다

 

젊은 여자의 유모차에

종을 알 수 없는 강아지가 빤히 쳐다본다

한 마리의 고양이 길을 가로질러 간다

 

챙모자를 눌러쓴 남자가 전화기를 귀에 바짝 갖다 대고

얼굴을 찡그리며 왔다갔다 한다

벤치에 앉아 생각에 잠겨있던 그림자가

결심을 끝내고 조금씩 길어질 준비를 한다

 

* 정리움

경남 거제 출생. 2020년 『시에』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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