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
임헤라
귀빠진 신비로운 밤 낯선 별 하나 약지를 붙들고 있다 운명한 어머니 당신이 끼워주고 간 것일까 금빛별이 무명지를 다독이네 검지 지나 장지로 건너갔다가 다시 약지로 돌아오는 초록색 길목의 막다른 연두 아닌 노란색 별 내 시선 자주 닿는 허전한 손가락 사이에서 동사 하나가 지나간다 참기름 넉넉히 넣고 김치를 달달 볶다가 밥을 넣는다 김치 볶음밥에서 나비가 날아간다 심장 깊숙이 들어와 박혀 있던 노란나비가 갈비뼈 사이를 날고 있다
해가 뜨고 저무는 동안에도 멈추지 않는 살 속의 살 비 오시는 날 빗발 쏟아지는 대로 아랑곳없이 빛나는 약지 금빛 섬광이 빗방울로 떨어지네 그대 큰 손바닥에서 내 작은 손등으로 옮겨 지워지는 손금을 이어주네 내 손이 그대의 손안에서 가쁜 숨을 몰아쉴 때 어머니 당신이 턱까지 차오르는 물길을 헤치고 하늘 끝 눈부신 집을 짓는다
----애지 여름호에서
임헤라
2015년 「시와사상」으로 등단 –시집『초경의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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