찢어지는 마음
함기석
불난 고층상가에서 여자가 뛰어내리고 있다
마음이 찢어지는 것 같다 모르는 사람이지만
아 꽁꽁 얼어버렸으면 저 검은 연기의 시간이
쾅쾅 얼어버렸으면 저 비명이 살이 타는 울음이
이 더럽고 무자비한 냉혈의 자본주의 문명이 낳은
콘크리트 땅에 닿아 유리 신처럼 산산조각나기 전에
온 세상이 꽝꽝 얼어붙어 영원히 흐르지 않았으면
긴급 출동한 사다리차가 상가 꼭대기로 펼쳐지고
소방호스 물줄기가 성난 뱀처럼 하늘로 뻗어갈 때
활활 타는 폭염의 빌딩 앞에서 걸음을 떼지 못하고
저 추락하는 여자가 꼭 나인 것만 같아서
--애지 여름호에서
함기석
1992년 「작가세계」등단. 시집 『음시』 『개안수술집도록』 등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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