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애지의시인들

함기석의 찢어지는 마음

작성자애지사랑|작성시간26.06.23|조회수27 목록 댓글 0

찢어지는 마음

함기석

 

불난 고층상가에서 여자가 뛰어내리고 있다

 

마음이 찢어지는 것 같다 모르는 사람이지만

 

아 꽁꽁 얼어버렸으면 저 검은 연기의 시간이

 

쾅쾅 얼어버렸으면 저 비명이 살이 타는 울음이

 

이 더럽고 무자비한 냉혈의 자본주의 문명이 낳은

 

콘크리트 땅에 닿아 유리 신처럼 산산조각나기 전에

 

온 세상이 꽝꽝 얼어붙어 영원히 흐르지 않았으면

 

긴급 출동한 사다리차가 상가 꼭대기로 펼쳐지고

 

소방호스 물줄기가 성난 뱀처럼 하늘로 뻗어갈 때

 

활활 타는 폭염의 빌딩 앞에서 걸음을 떼지 못하고

 

저 추락하는 여자가 꼭 나인 것만 같아서

--애지 여름호에서

 

 

함기석

1992년 「작가세계」등단. 시집 『음시』 『개안수술집도록』 등 출간.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