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2열차 외 1편
문태준
광양에서 하동 지나 삼랑진 지나 물금 지나 부전 가네 세 량의 객차를 달고 가네 북천 사람은 함안 사람을 부르네 함안 사람은 마산 사람을 부르네 나발과 꽹과리를 불고 치듯 시끌시끌하게 덜커덩거리며 가네 젖먹이 아이와 젊은 연인과 축하객이 함께 가네 침침하고 눈매가 가느스름한 김천 출신의 나도 끼여 가네 시냇물에 고무신 미끄러지며 떠내려가듯 가네 소나기구름 실어 나르는 바람의 널빤지 가듯 가네 연한 버들과 높은 미루나무와 먼 무지개를 싣고 가네 들판 수로의 깨끗한 물과 무논에 비추어 보며 가네 무논에 비친 푸른 봄산은 일하는 소가 등에 태우고 가네 신록(新綠)이 가네 보자기를 풀어놓을 시간만큼 조금 조금씩 역마다 연착하면서
연꽃
문태준
산골짜기에서 떠온 물을 너른 대접에 부어놓네
담겨진 물은 낮춰 대접에게 잘 맞추네
나는 일 놓고 연꽃만 바라보네
연꽃의 심장 소리를 들으려고
활짝 핀 꽃 깊고 깊은 곳에
어머니의 음성이 흐르네
흰 미죽(糜粥)을 떠먹일 때의 그 음성으로
산중(山中) 제일 오목한 곳에 앉은 암자(庵子)의 그 모양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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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태준(文泰俊)
1970년 경북 김천에서 태어났다. 1994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에 시 「처서(處暑)」 외 9편이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시집으로 『수런거리는 뒤란』, 『맨발』, 『가재미』, 『그늘의 발달』, 『먼 곳』, 『우리들의 마지막 얼굴』 등이 있다. 유심작품상, 노작문학상, 미당문학상, 소월시문학상, 서정시학작품상, 애지문학상 등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