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를 꿈꾸다
이춘자
검은색은 두렵다
밤마다 외딴집 목줄에 묶인 그가 검정을 물어뜯고 있다. 서로 한 치양보도 하지 않는다. 하얀 이빨로 물어뜯으면 검정은 한 발짝 뒤로 물러나 어디에도 있지만, 어디에도 없다. 산지사방 가득 출렁거리며 콧잔등에도 이빨 새에도 꼬리에도 발톱에도 있지만 죽은 듯 안으로 숨을 파먹고 있다.
흰 이빨의 숫자를 검은색은 알고 있다. 개의 눈알에 이미 검은 호수가 출렁인다. 발바닥이 물속에 닿을 수 있어도 한 오금도 달아나지 못한다. 매질에 두 손 쭉 뻗고 항복했던 앉은뱅이는 안다. 시간의 문이 열려도 밖으로 튀어나가지 못한다는 걸, 어둠의 시간이 그래서 휴식이 없다는 걸,
그는 검정 이 빨을 아귀처럼 밤새 씹을 셈인가
이미 내장 깊숙이 고개를 처박고 피를 빨고 있다. 마지막 뼈다귀를 물고 더 없냐고 으르렁거리며 제 영역을 표시하는 소리 크응,크응,쿵.
언 땅에 몸을 숨긴 애벌레들까지 더 납작 엎드려 숨 고를 때 고요의 뒷면이 밝아오기 시작한다. 푸석한 어둑새벽이 파란 이빨을 갈며 기어온다.
퇴각의 시간은 언제나 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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