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우지간 외 1편
박 만 진
오른쪽 왼쪽에 있는 내 눈은
애초부터 이념을 모르네
오른쪽 왼쪽에 있는 내 귀는
본디부터 사상을 모르네
우리 얼굴들 모양에서는
우뚝 선 콧날이 그 중심이네
좌우지간 내 오른쪽 눈은
오른쪽만 보는 것이 아니고
내 왼쪽 눈은
왼쪽만 보는 것이 아니네
좌우지간 내 오른쪽 귀는
오른쪽만 듣는 것이 아니고
내 왼쪽 귀는
왼쪽만 듣는 것이 아니네
오른쪽 왼쪽 고개 돌려
아울러 보고 아울러 듣곤 하네
여의도는 섬처럼 좀 멀고
청와대가 그림처럼 보다 가까운,
서울에 사는 두 딸이 있네
큰딸은 오른손잡이고
작은딸은 왼손잡이네
너나없이 오른손 왼손 있어
오가며 악수를 할 때면
오른손이 도맡아 하지만
박수를 칠 때는 함께 하네
걸음걸이 모습들로 보아
오른팔 왼팔이 엇박자 아니고
오른쪽 왼쪽 다리가 있어
가파른 언덕길도 오르내리네
우리 몸들의 모양에서는
탯줄은행 배꼽이 그 중심이네
한쪽 팔이 짧으면 곰배팔이고
한쪽 다리가 짧으면 절름발이네
우파도 좌파도 아닌 내게는
오른쪽 왼쪽 균형이 필요하네
왼쪽 오른쪽에 있는 내 눈은
본디부터 정치를 모르네
왼쪽 오른쪽에 있는 내 귀는
애초부터 철학을 모르네
네모난 바닥
네모난 바닥과
네모난 천장과
네모난 벽이 만든
네모난 큰방에 침대가 있네
네모난 작은방에 옷들 가지런하고
네모난 주방과
네모난 거실 사이
네모난 글방에
네모난 책들이 빼곡하네
네모난 아파트
네모난 10층 바닥은
네모난 9층 천장이고
네모난 10층 천장은
네모난 11층 바닥이네
네모난 바닥은
네모난 천장을 올려다보지 않고
네모난 천장은
네모난 바닥을 내려다보지 않네
네모난 바닥은
발바닥과 가깝고
네모난 천장은
손바닥과 가깝네
네모난 세월에 갇혀
네모난 삶을 사는 사람아!
당신의 바닥이
누군가의 천장일 수도 있으리니
세상 걱정 다 짊어진 듯이
밑바닥 인생이라
한숨짓지 마시게나
박만진 충남 서산 출생 ㅡ1987년 1월 『심상』 등단 ㅡ시집 「접목을 생각하며」, 「오이가 예쁘다」, 「붉은 삼각형」, 「바닷물고기 나라」, 시선집 「개울과 강과 바다」 등 ㅡ충청남도문화상, 충남시인협회상본상 등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