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꺽 외 1편
오영미
장날 우시장에 소 끌려가듯 공주로 간다
자동차 타이어가 지열에 펑크 날 정도의 뜨거운 여름
신장투석에 역류성 소화불량이라는 병을 가진 그녀
퇴원소식을 들었지만, 생계를 핑계로 이제야 찾아뵌다
밥 한 끼 차려드리고자 마트에 들러 장을 본다
제한된 음식이 많은 터라 맘 놓고 고르지도 못한다
버섯과 물미역, 소고기 치맛살, 돼지갈비를 샀다
그녀의 얼굴을 보면 죄책감만 쌓인다
부엌으로 발걸음 옮기며 장바구니를 푼다
수도꼭지에서 핏물이 흐르고
가스레인지에서 칠순의 세월이 불꽃 되어 피어난다
프라이팬은 수혈하는 혈액을 달구며
냄비뚜껑으로 새어 나오는 김은 역류하는 바람의 배후다
푸짐하니 거뜬한 상
식탁에 마주 앉은 엄마와 아버지
밥을 넘길 때마다 꿀꺽하는 소리가 났다, 그녀의 목구멍에서
삼키는 음식물의 신호, 갈비가 맛있다고
그 소리를 들을 때마다 철렁하며 오므라드는 뱃속
울컥하는 쇳소리로 핏물이 솟구쳤지만
나는 그녀의 밥 위에 맛있는 갈비를 또 올려준다
해 질 녘 서산으로 돌아오는 동안에도
그녀의 꿀꺽은 지워지지 않는다
치매라서 몰라볼지도 몰라요
오영미
1
할머니가 널 몰라볼지도 몰라 왜요? 치매예요? 아냐, 할머니가 많이 아프셔 그러니까 보러 가야 해 엄마도 맨날 물건 잃어버리잖아요 뭐 찾는다며 정신없으면서 야, 게임 좀 하지 마 눈 나빠지면 어떡할 거야 걱정하지 마세요 엄마는 맥주나 마시세요 얘가 요새는 말끝마다 대꾸하네 엄마가 말실수하는 거예요
2
포테이토는 케첩 맛이야 케첩을 얼마나 많이 찍어야 하는지 알아? 걔 신랑은 뭐 하는지 아니? 누나든 아줌마든 할머니든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해 밥도 잘 안 먹고 너를 미워하진 않아 아는 동생이 연락이 왔는데 갑자기 이러는 거야 아, 제기랄 얘는 개념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그냥 다 받아줘 화내지 말고
3
먹고 살려니까 일을 할 수밖에 없네요 내가 낮술을 먹는 건 일주일에 두 번만 먹으려고 했어 신랑이 한 달 내내 먹는 게 지겨워서 베트남계 친구랑 같이 있어 우린 만나면 신랑 얘기만 해 난 굶으면서 살 안 빼, 술 먹으면서 빼 그런데 얘는 왜 여기 있니? 학원에서 잘렸어! 이모도 치매예요?
4
카톡으로 말했어 우리 넷이서 카페 하나 차리자 아파트 베란다에 앉아 있었어, 뛰어내리려고 그런데 알츠하이머는 더 의심돼 치매약 먹잖아요 우울증약으로 중복이 되니까 심해져 약을 가져가서 확인했더니 엉터리였어요 갱년기가 와도 약을 함부로 먹지 말아야 해 약이 문제였고 의사도 다 믿을 건 못되더라는 얘기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