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기획연재

이종문의 숟가락 키스

작성자애지사랑|작성시간26.06.08|조회수23 목록 댓글 0

숟가락 키스

이종문

 

삼십 년 밥을 먹은 우리 공장 수저통에

숟가락 수백 개가 가지런히 꽂혀 있다

내 입에 서너 번씩은 들어가 본 수저다

 

귀여운 여직원의 입에 들락거리다가

아구통 날릴 놈의 그 입에도 들어갔던,

바로 그 수저를 들고 입에 밥을 넣는다

 

어? 가만! 그러고 보니 우리 공장 직원들과

혓가락 간접키스를 낱낱이 다 했나 보다

아구통 날리고 싶은 그 놈과도 말이다

 

욕하고, 떠들고, 침 튀겨도 내겐 열 입술이 한 입술이여. 굼벵이처럼 잘도 늘어났다 번데기처럼 잘도 오므라드네. 내 숟가락 혀가 안 들여다본 목젖 있을까? 다 허기진 창자와 연결돼 있더군. 배부르면 맘도 눅어지지. 그려 그려. 밥 한 술 떠 넣고, 국 한 술 떠 넣고, 허리 쭉 펴고 트림하면서 다시 일터로 가는 모습이 내 낙일세. 근데, 나만 카사노바 취급하진 말게. 방금 자네 코로 스읍 들어간 그 공기는 안 들어가 본 허파가 없다니까. 워뗘? 숨 안 쉴 텨?

 

-반칠환 시 해설집 {당신의 짐이 당신의 날개}에서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