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준다
손현숙
연애 고수에게 비결을 물었더니 잘 주고받기란다 피구게임에서도 몸을 살짝 뒤로 빼면서 공을 받아야 하는 것처럼 주고받기만 잘하면 쇳덩이라도 가벼운 법이라는데,
나무껍질처럼 생긴 목수 아저씨 못 하나 입에 물고 한참을 중얼거린다 장미나무 찻장을 앞에 세워놓고 “꽃 줄게, 꽃 받아라” 문짝을 달랜다, 나무의 결 따라 못질 한다
심하게 어깃장 놓던 장미찻장이 거짓말처럼 부드럽다 못은 망치로 때려 박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깨지면서 당신아, 어쩌자고 우리는 몸을 주고받아 새끼를 나눠 갖게 되었을까
그나저나 눈 깜짝 새 방바닥에 쓰러져서 돌아가신 아버지 어디 가서 도로 몸을 받아 오나 너를 덜어 나를 채우는 여기, 꽃잠이 밀려와서 하품한다, 생글거리며 횡경막을 연다
받는 마음 뭉클하니 주는 마음 가뿐해라. 공 주고 공 받고, 명 주고 명 받으니 세상만사 주고받기에 달렸구나. ‘꽃 줄게, 꽃 받아라!’ 옛날 백정은 소 잡는 망치를 ‘촛대’라 부르더니 오늘 저 목수는 못을 ‘꽃’이라 부르는구나. 평생 쇠붙이 연장 다루는 이의 말이 저리 아름다울까. 저이의 선배들도 수백 년 묵은 나무를 벨 때 ‘어명이오’ 아뢰고, 응달에 말릴 때 ‘재운다’ 하고, 뒤틀리면 ‘꿈틀거린다’ 하고, 자귀질 깊으면 ‘다친다’ 했으니 사람과 나무가 차별 없구나. 한 세계를 뿌리 깊게 떠받치던 생명과 모심의 말들은 어디로 갔는가?
--반칠환 시 해설집, {당신의 짐이 당신의 날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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