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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이정록의 명창

작성자반경환|작성시간26.06.21|조회수18 목록 댓글 0

명창

이정록

 

막 오줌을 가리기 시작한 돌배기 사내애가 바싹 마른 빈 우유갑에 작은 고추를 디밀어 넣고는 핏발 선 얼굴로 오줌을 갈기는데, 천지간에 그리도 유쾌하고 장대한 폭포소리라니, 새끼들 밥숟가락 부딪는 소리와 책 읽는 소리와 가문 논에 물 잡는 소리가 가장 듣기 좋은 소리라는데, 여기에다 이 오줌발 한자락을 더하니 드디어 완창이라 우유갑 속에 숨어 있던 그 어린 소리꾼의 새끼손가락만한 목젖을 한 번만이라도 볼 양이면 두 눈 두 귀가 확 터져서 세상 잡것들 모두 귀명창이 되는 것이렷다

 

저 장쾌한 폭포소리에 때 아닌 기상이변의 유월 우박, 벼락, 용오름마저 지워지는 듯하다. 단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낡은 고막이 열리고 슬며시 입 꼬리가 귓불에 걸리지 않는가? 해마다 어린 밥숟가락 줄고, 책 읽는 소리 줄고, 묵은 논바닥마다 아파트만 수북이 키를 재는데, 평생 주린 입술마다 젖줄 흘려주던 우유갑 보살이 입 벌려 받아먹는 폭포라면 얼마나 청정한 일급수겠는가. 하늘과 땅과 몸이 조화를 이룬 저 돌배기 사내애의 무죄스러운 창법에 시끄러운 세상 소식들 깨끗이 씻겨나갔으면 좋겠다. 물욕에 눈먼 세월 잡것들 저마다 가난한 귀명창 되었으면 좋겠다. 우리 모두 한때 천진한 명창 아니었던가?

 

-반칠환 시 해설집 {당신의 짐이 당신의 날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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