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반경환의명시감상

조온윤의 술래의 등

작성자애지사랑|작성시간26.06.16|조회수25 목록 댓글 0

술래의 등

조온윤

 

자기 꼬리를 물려고 빙빙 도는 개가 있었다

 

개는

돌아보는 순간 시야에서 달아나는

제 꼬리를 쫓으며

한참을

제자리에서 빙빙 빙빙 돌았다

 

개가 잡고 싶어 하던 꼬리는

지쳐 포기하는 순간에라야 사라졌는데

정말로 사라진 건 아니고 그저

개의 엉덩이에 그대로 달려 있을 뿐이었다

 

잡을 수 없는 꼬리의 존재를

개가 느끼듯이

언뜻 고갤 돌리는 주변시에

우두커니 서 있는 나의 뒷모습이 비쳤을 때도

 

등을 밀고 싶었던 것 같다

너 아무도 곁에 없대도 서 있지만 말고 원하는 곳으로

빛이 있는 쪽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어서

 

등에 손을 얹어주고 싶어서

오래도록

자꾸만 도망치는 뒷모습을 찾았던 것 같다

 

혼자 하는 술래잡기처럼

제자리에서

빙빙 빙빙

---애지 여름호에서

 

술래잡기는 이 세상의 어린아이들의 놀이이지만, 그 주인공인 술래는 어느 누구도 하지 않으려는 최하천민의 역이라고 할 수가 있다. 술래는 가위 바위 보따의 내기에서 지고 만인들의 놀림감이 된 채 두 눈을 꼭 감고 있다가 숨어버린 친구들을 찾아내지 않으면 안 된다. 꼭꼭 숨어버린 친구들을 다 찾아내면 이 관계는 역전되지만, 그러나 이 숨어버린 친구들을 찾아내기란 그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조용필의 못 찾겠다, 꾀꼬리라는 노래가 있듯이, 이 세상의 삶은 술래잡기처럼 어렵고 힘들 때가 많다. “자기 꼬리를 물려고 빙빙 도는 개처럼 도저히 가망이 없고 승산 없는 싸움이 이 세상의 싸움이기 때문이다. “제 꼬리를 쫓으며/ 한참을/ 제자리에서 빙빙돌아도 즐겁고 기쁜 일은 없고, “개가 잡고 싶어 하던 꼬리개의 엉덩이에 그대로 달려 있을 뿐인데도 그 모든 행위들은 도로아미타불의 헛수고에 지나지 않는다. 존재하지 않으면서도 존재하는 것이 행복이고, 존재하면서도 존재하지 않는 것이 행복이다. 우리는 모두가 다같이 술래잡기라는 이 놀이와도 같은 함정에 빠져서 자기 자신의 꿈과 희망과 그 모든 열정을 다 쏟아붓고 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조온윤 시인의 [술래의 등]은 그러나 술래보다 더 무거운 짐을 지고, 그 술래의 몸짓에만 의존하는 등을 해방시켜주고 싶다는 노래라고 할 수가 있다. “아무도 곁에 없대도그저 서 있기만 하는 등, “빛이 있는 쪽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걸알려주어도 그저 아무런 생각도, 목적도 없이 무거운 등짐만을 지고 있는 등, 그 어떤 술래보다도 더 술래같고 더 바보같은 등이 있기 때문에, 우리 인간들은 이처럼 술래잡기의 삶을 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자기 꼬리를 물려고 빙빙 도는 개와도 같은 시인, “혼자 하는 술래잡기처럼/ 제자리에서/ 빙빙도는 시인, 이 세상에서 가장 나약하고 무기력한 시인의 무거운 등짐을 다 짊어지고, 그 주인의 충복으로 살아가는 [술래의 등]----.

조온윤 시인의 [술래의 등]은 자기 연민의 극치이자 그 바보같은 헛웃음이라고 할 수가 있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 북마크
  • 신고 센터로 신고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