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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경환의명시감상

유종인의 양배추밭

작성자애지사랑|작성시간26.06.18|조회수37 목록 댓글 0

양배추밭

유종인

 

만해 한용운 선생

생가터 가는 길

 

길 한 번 잘못 들었더니

시골길은

슬그머니 언덕 위로 부르더니

민틋하니 기울어진

만판 양배추밭을 뵈준다

 

얼마 전 입양 보내듯 비운 채

허공을 산후조리하는 언덕바지 양배추밭이

저마다 양배추만 한 허공을 품고 있는

텅 빈 양배추밭이,

나는 기갈나게 좋아라

 

뭔가 그럴듯하게 있는 거

여기선

뭔가 그럴듯하게 없는 거

 

이미 한 시절 한 건달 당겨쓰고

고생과 탄식과 보람도

다 댕강 머리 쳐 보낸

뿌리와 겉잎만 남은 텅 빈 양배추밭이

한 재산 얻은 듯 좋아라

 

이제 건달하기 좋다는 듯

허허로운 웃음들

허허로움이

몸살나게 좋아 죽겠어서

자 봐라

언덕배기 양배추밭 몸져 누워들 있네

--{애지}, 2026년 여름호에서

 

이 세상의 행복이란 마음먹기에 달린 것이고, 자기 자신의 몸에 맞는 음식과 좋은 옷을 걸치고 있으면 그것보다 더 즐겁고 기쁜 일도 없을 것이다. 유종인 시인의 [양배추밭]은 이 세상에서 모든 일과 그 임무를 마친 자의 삶의 기쁨이자 그 노래라고 할 수가 있다.

때는 만해 한용운 선생/ 생가터 가는 길이고, 그 무대는 만판 양배추밭이다. 만해 한용운 선생이 이 세상의 임무를 다 마치고 간 큰 스승이라면 만판 양배추밭은 모든 자식들을 다 출가시킨 텅 빈 양배추밭이라고 할 수가 있다. 요컨대 텅빔으로써 가득한 양배추밭이고, 이 어렵고 힘든 삶을 그러나, 너무나도 건강하고 성실하게 살아왔던 것이다. “길 한 번 잘못든 것이 뜻밖의 행운이 되고, “민틋하니 기울어진/ 만판 양배추밭이 유종인 시인에게 이처럼 삶의 여유와 기쁨을 가져다가 준 것이다. “얼마 전 입양 보내듯 비운 채/ 허공을 산후조리하는 언덕바지 양배추밭이” “저마다 양배추만 한 허공을 품고 있는/ 텅 빈 양배추밭이/ 나는 기갈나게 좋은 것이다. “뭔가 그럴듯하게 있는것이 여기선/ 뭔가 그럴듯하게 없는것이고, 없음을 통해서 한 재산 얻은 듯좋은 것이다. 이 세상의 모든 훌륭한 어버이들이 전재산을 다 나누어주고도 더욱더 크나큰 삶의 보람과 기쁨을 느끼듯이, “텅 빈 양배추밭만판 양배추밭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어제와 오늘이 다르고, 음지와 양지가 다르다. 동양인의 행복과 서양인의 행복이 다르고, 농부의 생각과 시인의 생각이 다르다. 똑같은 문제와 똑같은 사건들도 저마다 다르게 생각하듯이, 삶이란 관점의 문제이고, 자기 스스로 만족하면 그 어떤 성인군자의 삶도 부러울 것이 없는 것이다. “이미 한 시절 한 건달 당겨쓰고” “뿌리와 겉잎만 남은 텅 빈 양배추밭이/ 한 재산 얻은 듯 좋은 것이고, “이제 건달하기 좋다는 듯/ 허허로운 웃음들/ 허허로움이/ 몸살나게 좋은 것이다.

유종인 시인은 그의 [양배추밭]을 통해서 텅 빈 양배추밭만판 양배추밭으로 미화시키고, 나는 텅 빈 양배추밭이” “기갈나게 좋다고 말한다. ‘기갈은 배고픔과 목마름을 가리키는 말이지만, 그러나 여기서는 그 말의 반어, , “산후조리하는 언덕바지 양배추밭이너무나도 보기 좋고 정겹다는 뜻이라고 할 수가 있다.

노후는 여생이고, 여생은 허허로운 웃음들과 그 허허로운 웃음들이 텅 빈 양배추밭을 가득 채운다.

만족도 찰나이고, 행복도 찰나이고, 이 세상의 삶의 찬가가 끝나기 무섭게 한 생애가 끝난다.

 

엠페도클레스는 에트나 화산에 몸을 던졌고, 스토아 학파의 창시자인 제논은 그의 나이 70세 때 스스로 목숨을 끊었으며, 노자는 어느 날 물소를 타고 사라져갔다고 한다.

사는 법과 죽는 법을 안다는 것’, 이것이 제일급 대가의 특징인 것이다. ‘인간70 수명제를 실시하고 모든 요양원과 요양병원을 다 해체하는 것보다 더 아름답고 훌륭한 복지정책은 없을 것이다.

 

첫째, 세계적인 고전들을 읽고 또 읽는다. 둘째, 전 인류의 스승들의 사상과 이론을 배우며, 천하제일의 삶의 지혜를 주식主食으로 삼는다. 셋째, 전 인류의 스승들의 가르침을 짓밟으며 그것을 극복하고, 자기 자신만의 사상과 이론을 창출해낸다.

이것이 진정한 전 인류의 스승의 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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