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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경환의명시감상

안도현의 사랑한다는 것

작성자반경환|작성시간18.05.30|조회수484 목록 댓글 0

사랑한다는 것

안도현

 

길가에 민들레 한송이 피어나면

꽃잎으로 온 하늘을 다 받치고 살듯이

이 세상에 태어나서

오직 한 사람을 사무치게 사랑한다는 것은

이 세상 전체를

비로소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차고 맑은 밤을 뜬눈으로 지새우며

우리가 서로 뜨겁게 사랑한다는 것은

그대는 나의 세상을

나는 그대의 세상을

함께 짊어지고

새벽을 향해 걸어가겠다는 것입니다.

 

   안도현 시인의 [사랑한다는 것]을 읽으면서 그의 시는 사랑의 시학이며, 사랑의 시학을 통해서 모두가 다같이 잘 살고 행복한 사회를 꿈꾸고 있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길가에 민들레는 수없이 밟히고 짓밟히면서도 또다시 일어나서 꽃을 피우는 강인한 생명력의 상징이라고 할 수가 있다. 사랑하는 사람은 모두가 다같이 민들레가 되어야 하고, 그 어떠한 만고풍상을 겪게 되더라도 이 세상 전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 된다. 왜냐하면 차고 맑은 밤을 뜬눈으로 지새우며/ 우리가 서로 뜨겁게 사랑한다는 것은/ 그대는 나의 세상을/ 나는 그대의 세상을/ 함께 짊어지고/ 새벽을 향해 걸어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대는 나의 세상을 짊어지고, 나는 그대의 세상을 짊어지고 간다는 것은 상호간의 신뢰와 이타성을 뜻하고, 따라서 새벽을 향해 걸어간다는 것은 만인평등과 부의 공정한 분배가 이루어질 이상낙원으로 간다는 것을 뜻한다.

 

   우리 한국의 유명 시인들, 소위 잘 나가는 시인들은 모두가 다같이 사랑의 전도사를 자처하고 있지만, 그러나 그들은 과연 우리 한국인들이 사랑을 하고 사랑을 받을만한 자격이 있는가에 대해서는 그 어떠한 사색의 흔적도 보여주지를 않는다. 우리 한국인들의 도덕성은 과연 세계적인 수준이고, 우리 한국인들의 독서수준은 과연 세계적인 수준인가? 우리 한국인들은 과연 전세계인들로부터 존경을 받고, 우리 한국인들이 과연 이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지상낙원을 건설할 능력이 있는가?

   우리 한국인들은 사랑을 노래하기 이전에 사랑의 채찍을 들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유치원에서부터 대학교까지, 회사에서부터 국회까지, 시골의 마을에서부터 청와대까지 부정부패라는 암적인 종양을 사랑의 채찍으로 근절하지 않으면 모든 노래는 범죄인을 위한 범죄인의 노래에 지나지 않게 된다.

동시대를 비판하고, 동시대를 비판함으로써 동시대에 참여하고, 이 사랑의 채찍으로 고귀하고 위대한 인간을 육성해낸다는 것, 바로 이것이 모든 시인의 사명이기도 한 것이다.

오늘날 한국의 시는 비판의식이 마비되어 있으며, 비판의식이 마비된 시는 시대정신을 상실한 음풍농월에 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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