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
박 준
한밤
울면서
우사 밖으로 나온 소들은
이곳에 묻혔습니다
냉이는 꽃 피면 끝이라고
서둘러 캐는 이곳 사람들도
여기만큼은 들지 않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냉이꽃이 소복을 입은 듯
희고
머지않아 자운영들이 와서
향을 피울 것입니다
─ 박준 시집, 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에서
박준 시인은 2010년대 한국문학의 기수이며, ‘사상의 꽃’을 피운 시인이라고 할 수가 있다. 생살을 후벼파는 듯한 고통은 그의 사유를 깊어지게 했고, 그 반면에, 그의 사유는 고통의 원인을 묻고 성찰하면서 고통을 극복할 수 있는 삶의 지혜와 철학을 가져다가 주었다. “한밤// 울면서/ 우사 밖으로 나온 소들은/ 이곳에 묻혔습니다”라는 비극적 사실에 소복을 입은 냉이꽃을 피워주고, 하얀 소복의 냉이꽃 (상제)들의 슬픔에 동참하며, 붉디 붉은 자운영들이 향을 피운다는 「문상」은 ‘천하절경의 미학’, 즉, ‘최고급의 수사학의 극치’라고 할 수가 있다.
수사학은 언어의 철학이고, 언어의 깊이이며, 수사학은 언어의 춤이라고 할 수가 있다. 철학은 광우병에 걸린 소와 그 소와 함께 한 주인의 삶을 성찰하고, 언어의 깊이는 그 슬픔의 텃밭에다가 하얀 상제들의 냉이꽃과 함께, 그 문상객들, 즉, 자운영들이 향을 사르는 너무나도 상징적이고 함축적인 시적 기교를 낳으며, 또한 거기에다가 한 점의 티끌이나 군더더기가 없는 언어의 춤사위(진혼무)를 보여준다.
아름답다. 아름다운 것은 고통을 끌어안고 고통을 승화시키며, 아름다운 것은 모든 사람들을 경건하고 엄숙하게 만든다.
아아, 박준 시인이 아니라면 어느 누가 광우병에 걸린 소와 그 주인의 비극적인 슬픔을 이처럼 아름답고 경건하게 승화시킬 수가 있단 말인가!
시는 사상의 꽃이고, 사상은 시의 열매(씨앗)이다.
사상은 슬픔을, 고통을, 가장 아름다운 꽃으로 피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