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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경환의명시감상

나태주의 무인도

작성자애지사랑|작성시간21.02.14|조회수270 목록 댓글 0

무인도

나태주

 

바다에 가서 며칠

섬을 보고 왔더니

아내가 섬이 되어 있었다

섬 가운데서도

무인도가 되어 있었다.

----나태주 시선집 {풀꽃}에서

 

  이 세상의 모든 사건과 사고는 치정극癡情劇이며, 이 치정극이 피비린내 나는 싸움으로 이어진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모든 치정극은 배반당한 애정의 표현이며, 이 치정극을 없애기 위해서는 암수 한몸인 자웅동체의 생활을 해야 될는지도 모른다.

암수 한 몸인 자웅동체의 생활----, 그러나 이 자웅동체의 생활은 모든 종種들의 죽음이 될 것이다. 밤과 낮의 구분도 없어지고, 선악의 구분도 필요없는 생활, 모든 것이 저절로 꽃 피고 저절로 열매를 맺으며 벌과 나비가 없어도 되는 생활, 모든 인과론이나 희로애락의 감정도 없으며, 그 어떤 불평이나 불만도 없는 생활----. 요컨대 자웅동체의 생활은 생존경쟁이 필요없는 생활이며, 시와 노래가 필요없는 생활이라고 할 수가 있다.

  이에 반하여, 우리 인간들의 삶은 이 치정극을 영원한 사랑노래, 즉, 비극으로 변모시키며, 그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노래를 통해서 지상낙원을 건설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가 있다. “바다에 가서 며칠/ 섬을 보고 왔더니/ 아내가 섬이 되어 있었다/ 섬 가운데서도/ 무인도가 되어 있었다.” 바다는 시간과 세월을 뜻하고, 섬은 우리 인간들이 살아가야 할 삶의 터전을 뜻한다. 내가 살아가야 할 곳은 섬 중에서도 무인도이며, 이 무인도를 나의 영원한 행복의 터전으로 삼지 않으면 안 된다.

  아내는 남편의 섬이 되고, 남편은 이 섬에다가 씨앗을 뿌리고 지극정성으로 가꾸지 않으면 안 된다. 남편은 아내의 섬이 되고, 아내는 이 섬에다가 아이들을 낳고 지극정성으로 가르친다. 남편과 아내가 이처럼 암수 한몸이 되어 가려면 벌과 나비도 찾아와야 하고, 산새들과 어린 사슴들도 뛰어 놀아야 한다. 늑대와 뱀도 있어야 하고, 독수리와 부엉이도 있어야 한다. 밝은 대낮이 있으면 어두운 밤도 있어야 하고, 사랑하는 사람이 있으면 원수같은 이웃들도 있어야 한다. 서로가 서로를 모르는 남녀가 만나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것이 모든 비극과 희극, 또는 모든 로맨스와 치정극이 가능한 최선의 세계라고 할 수가 있다.

  영원한 청년은 영원한 처녀의 무인도가 되고, 영원한 처녀는 영원한 청년의 무인도가 된다. 무인도는 신천지이며, 한 쌍의 남녀가 전인류의 조상이 될 수 있는 성지라고 할 수가 있다.

  남편은 아내라는 섬을 그리워하고, 아내는 남편이라는 섬을 그리워한다.

  무인도, 전인류의 영원한 고향인 무인도----.

  내가 아버지가 되고 어머니가 될 수 있는 무인도를 지상낙원으로 만드는 것이 모든 부부의 역사적 사명일 것이다.

 

  무인도는 영원한 텃밭이고, 무인도는 지상낙원이다. 사시사철 이마에 땀 흘리고 일을 하는 부부가 있고, 언제, 어느 때나 미래의 주인공들인 어린 아이들이 그들의 꽃밭에서 뛰어놀고 있다.

  무인도는 꽃밭이고, 꽃다발이며, 이 아름다움 속에서 전인류의 행복이 익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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