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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부러진 길 / 이준관

작성자조재형|작성시간13.03.12|조회수265 목록 댓글 0

 

정읍 내장산 원적암 가는 길

 

 

 

구부러진 길

 

이준관

 

 

 

나는 구부러진 길이 좋다.

구부러진 길을 가면

나비의 밥그릇 같은 민들레를 만날 수 있고

감자를 심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

날이 저물면 울타리 너머로 밥 먹으라고 부르는

어머니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다.

구부러진 하천에 물고기가 많이 모여 살듯이

들꽃도 많이 피고 별도 많이 드는 구부러진 길.

구부러진 길은 산을 품고 마음을 품고

구불구불 간다.

그 구부러진 길처럼 살아온 사람이 나는 또한 좋다.

반듯한 길 쉽게 살아온 사람보다

흙투성이 감자처럼 울퉁불퉁 살아온 사람의

구불구불 구부러진 삶이 좋다.

구부러진 주름살에 가족을 품고 이웃을 품고 가는

구부러진 길 같은 사람이 좋다.

 

<도종환의 시배달, 꽃잎의 말로 편지를 쓴다> 창비

 

 

 

 

내 걸어온 팔할은 곧은 길을 가장한 구부러진 길

시인이 노래한 길은 내 구부러진 길과는 의미가 확연히 다르지만

필경 곧은 길을 따라왔을 이준관 시인, 그가 낸 구부러진 길을 걸으며

꼬불꼬불 샛길로 접어든 내 길을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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