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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 리뷰시

이혜선의 시가 있는 저녁/ 서정주의 부활

작성자애지사랑|작성시간19.05.23|조회수674 목록 댓글 0




이혜선의 {시가 있는 저녁}(지혜출판사)에서


부활     

서정주

 

너를 찾아왔다. 유나臾娜

너 참 내 앞에 많이 있구나

내가 혼자서 종로鐘路 걸어가면

사방에서 네가 웃고 오는구나.

새벽닭이 울때마닥 보고 싶었다.

부르는 소리 귓가에 들리드냐.

유나臾娜, 이것이 몇 만시간時間 만이냐.

그날 꽃상여喪輿 넘어서 간 다음,

내 눈동자 속에는 빈 하늘만 남더니,

매만져 머리카락 하나 머리카락 하나 없더니,

비만 자꾸 오고…… 불밖에 부엉이 우는 돌문을 열고 가면

물은 천린지, 한번 가선 소식 없던 어려운 주소에서 무슨 무지개로 려왔느냐.

종로 네거리에 뿌우여니 흩어져서,

뭐라고 조잘대며 햇볕에 오는 애들.

그중에도 열아홉 살쯤 스무 살쯤 되는 애들.

그들의 눈망울 속에, 핏대에, 가슴속에 들어앉아

유나! 유나! 유나! 인제 모두 다 내 앞에 오는구나.

 

<모두 다 부활하여 오신다>


  사랑하는 마음이 그득하니 지극하면 언제 어느 곳에서고 사랑하는 사람을 있고 만날 있다. 설령 사랑하는 이가 꽃상여를 타고 아주 멀리멀리 떠나버렸다 할지라도 지극한 사랑은 유계幽界에서도 사랑을 불러올 있는 것이리라.

  얼마나 보고 싶고 그리웠으면 밤이면 밤마다 이루고 전전반측 눈으로 지새우다가 새벽닭이 때면 더욱 보고 싶어 가신님을 소리쳐 불러 보는 것이랴.

  그 지극, 지순한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 마침내 부활하여 돌아오는 사랑, 그것도 사람으로서가 아니라 종로 네거리에조잘대며 오는 아이들의 눈망울 속에, 핏대에, 가슴 속에 들어앉아 모두 사랑으로 다가오고 있는 기적이 일어나는 것이다.

  고등학교 멋쟁이 시인이신 작문 선생님이 그윽한 목소리로 읊어 주시던, 1941년에 출간된 미당의 시집 화사집花蛇集 마지막 페이지에 실려 있는 시를 지금도 나는 즐겨 낭송한다. 시인으로 추천하여 문단에 내보내시며 한국에서만 좋은 시인이 되지 말고세계적으로 좋은 시인이 되라고, 혜초(, 蕙草)보다 먼저 있으라고, 혜란蕙蘭보다 향기롭고 고결하라고, 본명인 혜선惠仙 소리는 그대로 살리고 뜻만 다른 글자로 혜선蕙先이라는 호를 지어 주신 미당未堂 스승을 생각하며 시를 읊으면 어느새 분이 가득 나타나서 빙그레 미소 지으신다. 시선詩仙 미소를! 가까이 있는 모든 분이 스승님이고 부처님이고 하나님이시다. 모두 다 부활하여 오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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