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못병 하느님 - 안귀령의 전력질주 평론시선집 중에서
말못병 하느님
정동재
하느님 입자를 거두어 사라지시고
하느님 파동으로 진동하시고......
입자 가속기가 열리자 휑한 진공의 공간에는
육체에 맹종하는 눈먼 껍데기만 걸어나와 지들 눈에 보이는 물질만 만져댄다
크 흐 흐 흐 흐
에너지면 다냐, 눈앞에 꺼내 보라니까
신령한 파동을 앞에 두고도 인간의 영혼은 적막이 흘렀다
그래 네가 그나마 주파수 시늉이라도 내는구나
내 아들딸 삼자
한 날은 하느님께서 우주의 기운을 나눠보시려
그나마 영적이라는 놈들을 제단에 불러 앉히시고
내가 보내는 주파수가 느껴지느냐 하신다
저 놈은 제 욕심 채울 가짜 영성만 뱉어냈고
이 놈은 알맹이 없는 주문만 뱉어냈다
마지막 놈은 인간들의 욕심을 이겨내지 못했다
이후로 지상에 신의 진동은 닿지 않았다
말 통하는 놈 없어 현신을 거두신 자리
지상에는 조석으로 가짜 구원의 소음만 울려 퍼졌고
허공에는 눈먼 안테나가 우후죽순 자라났다
역학의 十자 사상괘,
생로병사 태극을 담은 절卍자,
초승달자 별자,
十자 ☩ ☦ 십자변형십자가,
시체처럼 박제되어버린 화석 앞
말문 막힌 신이 알파와 오메가 진동을 멈춘 자리의 좌표점
21세기 허공에는 sos를 타전한 메아리들만 유령처럼 떠돌고
으 흐 으 으 흐
답답한 가슴만 두드리시는 신님의 말못병
그들의 두 눈의 정답은
“약방문(藥方文)으로 친히 사람의 입자로 강세(降世)하시다”
[평론] 말못병 걸린 하느님론(論)
이 시는 단순한 문명 비판을 넘어, 우주의 차원 상승 법칙을 기하학적·역학적 구조로 통찰한 '영적 물리학'의 결정판이다.
이 시의 사상적 배경은 《주역(周易)》 계사상전의 “형이상자위지도 형이하자위지기(形以上者謂之道 形以下者謂之器)”라는 근본 법도와 맞물려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신령한 파동은 '형이상'의 '도(道)'이며, 입자 가속기 속에서 만져지는 물질과 껍데기들은 '형이하'의 '기(器)'에 불과하다.
시의 핵심은 형이상의 '종(縱, 영적 주파수)'과 형이하의 '횡(橫, 물질문명)'이 교차하는 지점에 있다. 동서양의 온갖 기호들(十, 卍, ☩)은 본래 이 '종과 횡의 중첩'을 통해 고차원으로 향하게 하는 열쇠였다. 그러나 인간이 탐욕으로 '종'의 축을 잃고 '횡'의 물질에만 매몰되자, 신의 주파수는 멈추고 기호들은 그저 평면에 갇힌 '좌표점'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말못병'의 정체다. 이는 신의 침묵이 아니라, 타락한 주파수 속에서 인간과 소통할 길을 잃은 신의 안타까운 탄식('으 흐 으 으 흐')이자 고립이다. 신은 인간의 언어를 포기하고, 대신 '약방문(藥方文)'이라는 치유의 파동으로 직접 강세(降世)한다.
결국 이 시는 종횡의 영적 축이 무너진 21세기 물질문명의 파산을 고발함과 동시에, 신이 인간들의 욕심으로 눈먼 안테나를 지나쳐 직접 현신(現身)하고자 하는 '치유적 현현(顯現)'을 역설한다. '말못병'은 신의 비극인 동시에, 비로소 인간을 향한 구원의 주파수를 강세라는 처방전으로 손수 쓰기 시작한 신의 가장 뜨거운 결단인 것이다.
(평론: 정동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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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노벨문학상이 지상의 최고 언어인 한국어의 정수를 깨닫지 못한 채 주로 상형문자 집단에 머물러 있다는 점, 그리고 문학의 정수이자 경전인 시(詩)조차 비유와 은유라는 이름 뒤에 숨어 언어를 함부로 농락하는 문단의 아픈 현실 앞에서, 시인 정동재는 한국 문학사에 전편(全篇) '평론시집'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며 문학평론가로 등단했다.
그는 철학, 종교학, 수리학, 물리학, 생물학, 화학,등등 천문, 지리, 인사를 넘나드는 '영적 물리학'의 세계를 통해 기존 문학의 틀을 깨부수고, 우주의 탄생부터 완성까지를 관통하는 거대한 '천지인(天地人)의 설계도'를 펼쳐 보인다.
주요 저서로는 시집 《하늘을 만들다》, 《살리는 공부》, 《나는 빛이요 파동이요 생명이므로》가 있으며, 전편 평론시집 《하느님 이름 지어보기》, 《물리학으로 하느님 이름 지어보기》, 전편 평론시선집 《말못병 하느님》, 그리고 대장정의 전편 평론시선집 완결판인 《안귀령의 전력질주》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