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백과사전에는/ 부록도 없고, 판권도 없다/ 해설자는 사라졌고/ 철새들 스스로가 발행자이며 저자이다
―「해설자 없는 백과사전-철새」 부분
주남 도서관은 책이 한 권도 없는 도서관이다. 점토를 굽거나, 대나무를 엮거나, 숲을 베어서 만든 책이 한 권도 없다. 우리가 아는 도서관이 생명의 터 무늬를 지우고 세운 것이라면, 이 도서관은 뭇 생명들이 쓰는 몸짓 언어로 가득하다. 도서관을 나와야 들어갈 수 있는 도서관, 책을 덮어야 보이는 문장들이 도도하게 펼쳐진다.
- 시인 반칠환
나는 이제야 알았다. 주남저수지에 이토록 멋진 도서관과 사서가 있다는 사실을. 재밌는 것은 주남도서관에는 종이책이 한 권도 없다는 점이다. 그 흔한 논어, 맹자도 없고, 성경도 불경도 없다. 김수영의 시집도 없고, 한강의 소설책도 없다. 종이책이 없을 뿐만 아니라 그럴듯한 도서관 건물도 없다. 주남저수지에는 다양한 동식물들이 살아가고 있지만, 그들이 지향하는 것은 우주적 상상 혹은 인문적 사유이다. 작은 벌레 한 마리, 사소해 보이는 풀꽃 하나가 모두 드넓은 우주와 속 깊은 인문학적 깨달음의 세계로 안내한다. 주남도서관은 비록 종이책도 건물도 없지만, 인간이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데 필요한 모든 지혜를 간직하고 있다.
--이형권 문학평론가, 충남대 국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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