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인터뷰]
바오밥 나무처럼
-'모나밸리 임용희 부장'
- 기자명 아산포커스
- 입력 2026.06.07 21:14
수런수런 대밭을 지나던 바람이 속살같은 이야기를 풀어내고, 강렬한 태양도 잠시 뜨거운 몸을 식히느라 뒤척이는 곳, 모나밸리다. 새들의 지저귐을 귀에 걸고 바람을 따라서 황홀한 마음으로 걷다보면 미술관에 다다른다.
4개동 미술관 한 가운데 우람하게 서 있는 바오밥나무, 신비하다. 작가의 숨결이 훅 다가온다. 그래서 어떤 이는 얼른 미술관에 들어가지 못하고 오래도록 바오밥나무를 바라본다. 바오밥은 줄기에 수천리터의 물을 저장해 두기 때문에 건조한 사막에서도 우람하게 자라고, 초원에서도 쑥쑥 자라는 나무다. 누구라도 생명력을 느끼며 감탄한다.
그래서 바오밥 나무는 지혜와 경험과 포용의 나무다. 그 바오밥 나무를 빚어낸 모나밸리 윤경숙 대표는 바오밥나무같은 사람이다. 모나밸리에는 바오밥나무처럼 묵묵히 헌신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중의 한사람이 임용희 부장이다.
임용희 부장은 25년 넘게 웨딩 업무만 맡아서 일했던 사람이다. 웨딩업계에서는 일 잘하기로 소문난 사람이어서 스카웃 제안이 많았다. 그러나 유명 웨딩업체의 좋은 조건의 제안을 거절하고 모나밸리에 입사했다. 임용희 부장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가슴 뭉클하다.
"제가 만약 웨딩만 다루는 업체에서 계속 일하고 있었다면 상당히 많은 보수를 받고 있었을 겁니다. 웨딩만 다룬다면 공부도 별로 필요가 없고요. 상담을 잘해서 성과만 좋으면 되니까요. 그러나 4년 전, 우연히 입사하게 된 모나밸리는 지금까지 일해왔던 업체들과는 완전히 다른 곳이었어요. 까페가 있고, 공연장이 있고, 갤러리와 컨벤션이 있는 정말 멋진 곳이었어요. 다양한 업무는 저도 몰랐던 제 안의 에너지를 폭발시켰어요. "
모나밸리 이야기를 시작하는 임용희 부장의 눈빛이 반짝거린다. 얼굴은 이미 흥분으로 붉어져 있다. "미술관 한 가운데에 있는 바오밥나무를 본 순간 어린 왕자를 다시 만나는 느낌이었어요. 바오밥나무가 너무나 매력적이어서 월급이 턱없이 적은 것도 문제가 되지 않았어요. 웨딩업계에서는 콧대가 한없이 높았던 제가 근무조건도 따지지 않았어요. 입사 직후 나이가 훨씬 어린 팀장한테도 겸손히 대하면서 열심히 일했지요."
모나밸리에 푹 빠져있는 임용희 부장, 그녀는 흥분된 목소리로 웅변하듯 말한다.
"모나밸리는 지금 세 번째 국제아트페어를 준비하고 있어요. 첫 해는 모두가 처음하는 행사라 매우 분주했고, 힘들었어요. 작년에 이어 올 해가 세 번째라 지금은 평온하게, 그러나 더 놀랍고, 더 치밀하게 준비하고 있답니다. 예민하신 작가님들과의 대화도 부드럽게 이끌어가는 여유가 생겼고요. 사실 처음엔 작가님들 대하기가 어려웠어요. 그러나 지금은 작가님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서로의 안부를 나눌만큼 가깝게 지내게 된 분들이 많아요. 이건 정말 제 삶에 너무나 큰 영광이고, 기쁨이죠."
어린 시절, 승무원이 되고 싶었지만 꿈을 이루지 못했다는 임용희 부장의 이야기가 계속 이어진다. "집안이 넉넉하지 않았어요. 딸 넷에 아들이 하나 있었는데, 누나들 셋은 대학교에 가지 못하고 돈 벌어서 남동생을 도와야만 했어요. 저 역시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삼성에 입사했어요. 월급도 많았고, 좋은 직장이라고 모두가 부러워했어요. 하지만 나하고는 맞지가 않더군요. 1년만에 퇴사하고, 웨딩업체에 취직을 했는데, 사람들을 만나는 일이 무척 재미있고 신나는 거여요.
그렇게 20년 넘게 즐겁게 일했는데, 어느 날 문득 내 삶은 무엇인가 하는 회의가 드는 겁니다. 월급은 많았지만 가슴 속 깊이 채워지는 보람이 없었던 거죠. 그러던 중에 친구들과 모나밸리에 차를 마시러 갔다가 깜짝 놀랐어요. 수변정원이 너무 아름다워서 가슴이 뛰는 거에요. 직원을 뽑는다는 소식에 당장 지원했고, 지난 4년동안 내 삶은 완전히 바뀌었어요.
무엇보다 공부를 하라는 조언을 주신 상사분이 계셨어요. 처음엔 늦은 나이에 무슨 공부를 하나 싶었어요. 하지만 거듭된 충고와 조언에 용기를 내서 공부를 시작했어요. 처음엔 가족들에게는 말하지 않았어요. 3년쯤 지난 뒤에 두 아들에게 말하고, 친정 어머님께도 말씀드렸어요. 어머님은 공부 안 시켜 주신 걸 무척 미안해 하시면서 250만원을 보내주셨어요. 공부하는데 볼펜이라도 사서 쓰라고 말입니다. 우리 딸 장하다고 칭찬해 주셨고, 두 아들의 응원도 이어졌지요. 가족들에게 뒤늦은 공부 사실을 털어놓으니 세상은 더 환하게 다가오더군요. 드디어 올 8월에 학사모를 씁니다. 대학원에 바로 진학할 계획이고요. 박사과정까지 도전해볼 생각입니다."
신랑신부에게, 또 고객들에게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을 만들어 주는 일이 참 기쁘다고 말하는 임용희 부장, 어느 날 그녀는 놀라운 상담가로 변해있을런지 모른다.
임용희 부장은 모나밸리가 꿈꾸면서 일할 수 있는 곳이라고 말한다. 전시회와 공연이 끊이지 않고 이어지니 직원들의 눈과 마음도 연일 호강한다고 말한다.
"모나밸리 국제아트페어를 준비하면서 정말 많은 것들을 보고 들었지요. 사실 처음엔 그림이 다 똑같은 줄 알았어요. 또 엄청나게 유명하신 분들을 만나는 것도 실감나지 않았어요.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저절로 탄성이 터집니다. 놀라서 벌어진 입이 얼른 다물어지지도 않지요."
모나밸리에서 제 2의 인생이 시작되었다고 고백하는 임용희 부장, 그녀가 말한다.
"국제아트페어를 세 번째 준비하면서 제가 엄청난 일을 해내고 있다는 느낌은 정말 가슴 벅찬 일입니다. 그래서 저는 모나밸리복합문화공간을 만드신 대표님 내외분을 존경하고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어요. 가끔 친구들이 찾아오면 모나밸리를 안내하는데, 이런 멋진 곳에서 일하는 걸 무척 부러워 해요. 저 역시 누구라도 붙들고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속에서 근질근질 솟구치고요."
복합문화 공간 모나밸리는 '아산의 자랑이라고 자신있게 말하는 임용희 부장, 바오밥나무처럼 묵묵히, 또 열심히 일하면서 공부하는 그녀가' 참 아름답다.
임용희 부장은 모나밸리의 우람한 바오밥나무다. 기쁘고 감사한 것은 모나밸리에는 바오밥나무같은 직원들이 많다는 사실이다. 바오밥나무같은 직원들은 지금 똘똘 뭉쳐서 아트페어를 준비하고 있다. 모나밸리 국제아트페어는 더 깊어진 예술세계, 더 다채로운 행사를 시민들에게 보여줄 것이다.
박은자 작가 pulbat@daum.net
이 글의 출처 : 아산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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