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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격수기란

오사카예술대학 사진학부 3년차 편입 합격 수기

작성자김은비|작성시간10.11.15|조회수2,097 목록 댓글 12

안녕하세요.

저는 지난 1년 7개월 동안, 이성순 선생님의 EJU일본어 오후반(19:00~21:00) 수업을 들었었고,

일본으로 출국하는 그 날까지. 앞으로도 쭉 유쌤의 수업을 들을 예정인 27살의 김은비라고 합니다.

외국인 3년차 편입학이라는 형태로 오사카예술대학에 합격한 케이스이기 때문에 수기는 편입 준비부터 쓰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오사카예대는 기본적으로 신입학이던 편입학이던 외국인은 EJU280점이상이여야 지원자격이 주어집니다.

제가 합격한 사진학과 3년차 편입은 [EJU커트라인(280点以上)+ 소논문(120分-380~400字以内 2회) + 포트폴리오면접]의 형태로 수험이 진행됩니다.

 

9월 말에 지망이유서와 졸업이후계획서를 작성하여, 10월 초에 출원원서를 EMS로 송부하고,

10월 중순 즈음에 검정료 25000엔을 송금했습니다.

 

입시과의 이메일 주소를 우연히(?) 알게 되었던 저는 틈나는대로 이것저것 이메일을 통해서 질문을 했었습니다.

그러던 중 출원 마감 시점에서 송금 주소 문제로 저는 입시과 담당자분께 약간 거칠게(?) 항의를 했던 적이 있습니다.

외국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에 대한 배려가 너무 없는 것에 크게 실망했다고 막 뭐라고 해버렸습니다.

근데 그게 전화위복이 된건지... 그 뒤로 제가 문의 메일을 보내면 3시간 이내로 답변이 오더라구요;;;;;;;;;;;

(그 전에는 답변 받기까지 꼬박 하루 걸렸습니다-_-;)


그렇게 출원까지 마무리 짓고 본격적인 소논문 준비를  이성순 선생님과 함께 시작했습니다.

직장에 다니고 있는 저는 이성순 선생님의 2차반 정규 수업을 제 시간에 들을 수 없었기 때문에

점심시간과 오후eju일본어 수업 이후의 시간을 통해서 첨삭을 받는 방식으로 소논문 준비를 했습니다.


오사카예술대학의 소논문은

제시된 세 장의 사진을 가지고 두 장씩 골라서 : (A,B,C) --> [A,B][B,C]  or  [A,C][B,C]  or  [A,B] [A,C]

120분 이내로 380~400자 분량을 [두 개] 쓰는 것이었습니다만...

 

저는 준비할 당시 주어진 세장의 사진 중에 두장 골라서 120분 이내로 380~400자 분량의 소논문을 [한개만] 쓰면 되는 줄 알고  선생님께 너무 시간이 남아돈다고 이거 어떻게 해야 하냐고 투정까지 부렸었습니다................. -_-;;  다행히 준비기간 동안 한 개 분량을 1시간 20분 내외로 썼길 망정이지.... -_- 두시간 꽉꽉 채워서 연습했더라면...  전 아마 이 수기를 쓸수 없게 됐을 것입니다... ;

 

그 다음으로 포트폴리오 준비는 회사에서 같이 일하고 계신 동료분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동료분께서 제 포트폴리오 선정에 많은 조언을 해주셨습니다. 이 수기를 통해서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면접은 본교시험 일주일 전에 모의면접을 통해서 준비를 했습니다.

다른 이들에 비해 시간이 부족했던 저는 모의면접때 받은 질문들을 다시 정리하는 복습위주로 진행했습니다.  


모든 준비를 끝내고 월차를 내서 2박3일의 일정으로 저는 2010년 11월 6일 오사카에 입성하였습니다.

수험이 주목적이었기때문에 일정은 오로지 11월 7일 시험당일에 맞춰서 진행했습니다.

첫날은 숙소에서 푹 쉬면서 포트폴리오 작품들을 훑어보고 중요 단어를 외우는 것으로 보냈고,

시험 당일은 7시에 기상하여 숙소를 9시에 나섰습니다. (길을 헤맬 수도 있기에 여유있게 일정을 잡았습니다)

11시에 도착하여 미리 화장실도 갖다 오고, 마지막으로 중요 단어를 외우면서 12시가 되기를 기다렸습니다.

 

소논문은 추천입시의 일반 학생들과 함께 같은 강의실에서 같은 주제로 12시부터 진행되었습니다.

-교복입은 친구들이 많더라구요;

놀라웠던 것은 편입학시험을 일본인과 함께 치르게 된 것이었습니다.

 

2010년 편입학에 총 4명이 지원을 했었는데 한국인 두명, 인도네이사분 한명 그리고... 일본분 한명...

우린 서로 놀랬습니다. 그리고 많이 당황한 기색을 마구마구 내보였습니다.

 

어떻게 내국인과 외국인이 함께!!!! 경쟁하지 않으면 안되는거냐며!!! 급!!! 흥분을 했었고,(<- 외국인 세명...............이;;;)

같은 수험번호여도 내국인의 소논문은 내용을 볼 것이고, 외국인의 소논문은 이 사람이 수업을 들을 수 있는 이해력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는 수준으로 평가할 것이다. 걱정말아라...(<-내국인이...)며 병주고 약주고... 그야말로 면접 직전의 면접대기실은 패닉상태였습니다.


예정 면접 시간이 지나도 면접은 시작되질 않았습니다.

우리 네사람은 불안한 마음을 진정시키고자 서로의 포트폴리오를 구경하기 시작했습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모두 상대방의 포트폴리오가 궁금했던 것이었습니다.


근.데.

가뜩이나 일본인과 함께 소논문을 경쟁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한 가엽고 애처로운 외국인들에게

그 일본분은 자신의 엄청난 스케일의 사진을 떡하니 보여주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또 한번 면접 대기실은 패닉생태가 되어 버렸습니다!!!!!!!!!!

 

맨 첫 번호였던 저와 세번째였던 다른 한국분은 계속 大変だ大変だどうしよう... ㅠ.ㅠ를 연발했고,

일본분은 그런 한국인들에게 위로하는 말을 건네느라 바빴고,

핸섬한 인도네이사분은 맨 뒤에 앉아서는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습니다.


면접은 예정보다 20분 지연된 2시50분부터 시작되었습니다.

 

편입이라서 그런지 포트폴리오 위주로 진행되었습니다.

교수님 두 분께서는 제게 수험번호와 이름을 말하게 한 뒤 바로 작품을 보여달라고 하셨습니다.

 

포트폴리오의 주제와 함께 왜 이런 사진을 찍는지... 찍은 기간은 얼마나 되는지 어떤 방식으로 찍었는지 왜 그 방식을 추구하는지 등등을 차례차례 물어보셨습니다.


대체적으로 동문서답은 하지 않았지만 저는 딱 한번 한 단어를 알아듣지 못해서 머뭇거렸습니다.

振る라는 의미의 외래어를 사용하셨던 것 같은데 저는 알아듣지 못했던 것입니다........ ㅠ.ㅜ


그래서 교수님이 손수 손까지 흔들어보이시며

"일부러 흔들림을 이용해서 이 사진을 찍은 거냐 왜 그렇게 찍었으냐" 며 친절하게 다시 질문해주셨습니다.


그리고 제가 지망이유서에 언급했던 교수님이 면접 때도 직접 나와주셨는데 (<-이걸 노리고 언급했던거지요 ㅋㅋ)

제가 썼던 지망이유서의 내용을 확인하면서... "내후년이면 내가 정년퇴임을 하는데 자네가 설령 우리학교에 온다고 해도 나는 내년에 4학년만 가르쳐서 내 얼굴을 직접 볼 일은 없을거네... 그래도 우리 학교로 편입하고 싶나?" 라고 물으시는게 아니겠어요.................................-_-;


전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분명 얼굴에도 확연하게 드러났을거라고 생각해요...

당연히 대답은 "그래도 오고싶습니다!" 이지만... 당황한 나머지 それでも、行きたいです。라고 말해버렸어요...

도대체 어딜가겠다는건지... -_-;;(그 순간만큼은 내가 외국인인게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뭐 의미는 전달됐으니...;;;)


그 뒤로는 만약 합격한다면 もし,合格したらだよ←누차 강조하시면서... -_-;;

자신이 없다면 무슨 제미를 들을거냐 물어보시는게 아니겠습니까...

저는 전혀!!! 생각지도 못한 질문이라...(당연히 그 교수님 밑으로 들어가겠다고 생각했었기에...)

사실대로 말씀드리고 대답을 피했습니다.

"今はまだ、合格の前ですから、具体的な答えはできません。その問題は合格した後でゆっくり悩みたいです。”


그러자, 그 교수님은 옆에 계신 젊은 교수님을 저한테 소개하시는게 아니겠습니까...

한국과 인연이 깊고 어쩌고 저쩌고 ..........................

저는 그저 듣고만 있었습니다. (사실 반만 알아들었어요..그래도 중간중간 네라고 대답을 짧고 강렬하게 해드렸습니다...)

 

근데 문제는..그러시고는.... 그 정년을 앞두고 계신 교수님은 먼 산만을 바라보기 시작하셨습니다... ㅠ.ㅜ

그 뒤로 제 면접에는 관심이 없으셨어요... ㅠ.ㅜ

계속 그 젊은 교수님이 앞으로 무슨 사진을 찍고 싶느냐 사람만 찍느냐 다른 분야는 안찍느냐 흑백만 찍느냐 칼라사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냐 둘중에 뭐가 좋으냐 찍는 비중은 어느정도냐 한달에 몇통 찍느냐... 등등

속사포처럼 질문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대답하면서도 그 정년을 앞두고 계신 교수님이 자꾸 신경이 쓰여서 마음속으로 엉엉 울고 말았어요 ㅠ.ㅜ

먼 산만 바라보시는 그 모습이 너무 불길했었거든요 ㅠ.ㅜ 아까의 行きたいです도 자꾸 생각나고... ㅠ.ㅜ


그렇게 거의 20~30분에 걸친 면접이 끝이 나고 ... 저는 지친 몸을 이끌고 면접 대기실로 돌아왔습니다.

바로 2번이었던 인도네시아분이 면접을 보러 가고 세번째인 한국분과 마지막 번호인 일본분과 같이 이야기를 나눴어요.

(저는 끝까지 남아있어야 하는지 알았다는;;)

 

한국분이 여기 이 네명이 다 같이 붙었으면 좋겠다라는 말씀을 하시자.... 그 일본분이 어라? 전화로 물어봤는데 1명정이라고 들었어요 라고 하는 것이 아니겠어요.......... ..저와 또 다른 한국분은 또 다시!!!! 패닉상태에 빠져버렸습니다!!!!!!!!!

으악!!!!!!!!!!!!!!!!!!!!! 얄미워!!!!!@ ㅠ.ㅜ


인도네시아분이 면접을 마치고 돌아올 쯤에 일본분이 이제껏 정말 궁금했었다는 표정으로 물어보시더군요...

"면접 끝났는데 왜 안가세요?"

-_-................................................ 그래서 바로 짐을 쌌습니다.

 

인도네시아분과 함께 -_- 강의실을 나서려고 하자

순식간에 그 드넓은 면접대기실에 일본분 혼자만 남게 되어버려서 좀 그래보여서 저는 물어봤죠...

"이 넓~~~은 강의실에 혼자 남아있어도 괜찮겠냐"

그러자 그 일본분은

"괜찮습니다. 저는 늘 혼자여서 이런 것에 익숙합니다, 정말 괜찮습니다. 가셔도 되요 오늘 수고많으셨어요"


괜히 제 마음이 갑자기 먹먹해지더라구요................ -_-; 

굳이 いつも一人でいたからこの状況には慣れています。라는 말까지 쓸 필요가 있을까.... 싶었지만...

저는 그저 할 말을 잃고 그냥 인도네시아분과 함께 셔틀버스를 타러 주차장으로 갔습니다.


오사카예술대학이 정말 논밭 한가운데에 위치해있기 때문에 근처 역까지 셔틀버스가 데려다 주더라구요.. 물론 공짜

셔틀버스를 안타면 마을버스같은 것을 200엔이나 주고 타야된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그런지 근처역인 키시역에는 오사카예술대학 셔틀버스가 항시 4~5대가 학생들을 태우기 위해 대기중...


암튼 셔틀버스를 타고 가면서 인도네시아분과 함께

우린 이제 떨어졌다 큐슈(편입이 되는 사진학과가 큐슈에 있음)에서 또 만나게 되는거 아니냐, 등등

신세한탄의 장을 마련했었습니다...

이번 2박3일 일정 중에서 의미깊은 에피소드라면 인도네시아분과 함께 많은 대화를 나눴다는 것인데...

외국어란 이런거구나를 느꼈어요. 살아생전에 인도네시아분과 대화를 나누게 될줄은 꿈에도 몰랐거든요...

일본어란 공통점이 있기에 가능한 대화라고 생각하니 정말 신기했습니다.


9시 도쿄행 버스를 타러 가야하는데 그 전에 사우디아라비아(-_-;;;)친구를 만나야한다는 인도네시아분과 텐노지역에서 메일을 교환하며 헤어지고 저는 5시정도에 숙소에 도착했습니다.

 

끝...

 

 

 

... ...

 

 

문득, 처음 이 카페에 가입해서 가입인사 쓸 때가 생각나네요...

그때는 제가 이렇게 이런 수기를 쓰게 될 줄은 정말 몰랐는데...

사람 참... 오래 살고 볼 일이예요... ㅋㅋㅋ

 

 

 

... ... 음... 사실... 여담이지만...

 

그토록 갈망했던 eju점수를 2010년 6월 시험에서 어렵게 얻게 된 저는

이깟 점수 얻을려고 내가 그동안 X고생한 것인가...하는 깊은 회의감에 빠졌던 적이 있었습니다.


오사카예술대학의 유학생 학비 30%감면제도가 내년부터(-_-+) 폐지된다는 사실을 알고부터는 더 무기력해져버렸죠...


걍 다니던 회사나 열심히 다닐까?

오사카예대 편입 준비 비용으로 차라리 라섹을 할까?(<- 몇몇분은 제가 이거 농담으로 한 이야기인 줄 아시는데.... 전 정말 100% 진담이었어요......................................................)

인문계열로 신입학해서 새로운 인생을 살아보자! (<-- 앗, 이건 아직 유효.)


등등... 팔랑귀와 변덕이 날로 심해져 갈 무렵에...

 

"힘들게 지원점수 얻었는데 시도도 안해보고 포기할거야?"

 

그동안 묵묵히 저의 변덕을 지켜만 보시던 유쌤께서 해주신 단 한마디에 저는 정신을 차리고

9월 말부터 오사카예술대학 편입학 출원을 준비하여, 이렇게 합격의 영예까지 얻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감회가 새롭네요...

선생님 정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지난 시간동안 같이 공부해왔던 우리 오후반 친구들을 비롯해서 오전반 친구들...

이 글을 보지 않을 가능성이 다분한, 포트폴리오 작품 선정에 조언을 해 주신 회사 동료분께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물론 일본 유학을 준비하는 대다수의 친구들보다는 훨씬 늦은 출발이기는 하지만...

결코 이 곳에서 보낸 지난 제 시간들은 헛된 시간이 아니였다고 생각합니다. (이러다... 1년 더 하고... ㅋㅋ)

 

그토록 원하고 원했던 곳에 합격됐다고 모든 것을 다 이룬 마냥 현 상황에 도취되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 수기가 일본유학의 진정한 시작임을 잊지 않고, 일본으로 가는 날까지 일본어 공부도 게을리 하지 않겠습니다.


 

"외국어란 가랑비 젖듯이 꾸준히 해야한다. 단기간에 실력이 오르는 학문이 아니다."

 

지금도 항상 외국어 학습에 있어서 고비란 것을 슬럼프란 것을 맞이할 때마다,

첫 수업때 선생님께서 해주셨던 말씀을 항상 마음 속에 되세깁니다.

 

 

 

 

마지막으로...

 

선생님의 신념대로 밀고 나가신다면 어떠한 역경이 닥쳐도 이성순의 EJU는 영원하리라.... 생각됩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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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최미♪ | 작성시간 10.11.16 우왕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역시 야무진 언니 ㅋㅋㅋㅋㅋㅋ 아주 구구절절히 신심을 다한것이 느껴짐니당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작성자늘배고픈츄 | 작성시간 10.11.17 !!!!!!!!!뚝심 축하해요!
  • 작성자지현정 | 작성시간 10.11.22 ㅋㅋ우와짱이네요ㅋㅋㅋㅋ언니축하해요~~~~!!!!
  • 작성자민정 | 작성시간 10.12.17 언니 축하해요!!!!!!!!~~~~~~
  • 작성자이혜미 | 작성시간 11.01.03 ㅋㅋㅋㅋㅋㅋㅋ 언니이이이 정말추카함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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