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레의 기도 / 정연복
저는 세상의 온갖 더러움
씻어주는 일을 해요
제가 더러워지는 만큼
세상은 더 맑고 깨끗해져요
생각해 보면
참 숭고한 일 아니겠어요.
그런데도 사람들은
저의 존재를 하찮게 여겨요
자기네가 더럽힌 세상 닦아주는 걸
고마워하지도 않아요
저를 마음대로 써먹다가
어느 순간 갈기갈기 찢어버려요.
하지만 주님!
저는 개의치 않겠어요
제 할 일 다하다 가겠어요
주님이 온 세상 죄를 뒤집어쓰고
십자가에 달려 죽으셨듯이
저도 온몸으로 세상 더러움 닦다가
때가 되면 죽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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