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레를 묵상하는 시와 기도 모음> 정연복의 ‘걸레의 노래’ 외
+ 걸레의 노래
내가 더러워짐으로
네가 깨끗해진다면
나 기꺼이
더러워지리.
내가 낡아짐으로
네가 새로워진다면
나 주저 없이
낡아지리.
너의 행복이
나의 바람인 것을
널 위해서라면
난 뭐가 되어도 좋으리.
+ 걸레의 노래
내 작은 몸으로
남의 더러움을 씻을지언정
나의 불결한 것을
남에게 옮기지는 않으리.
남들이 보기에
겉으로는 더러울지언정
안으로 안으로는
깨끗한 영혼을 지켜가리.
이 목숨
그리 길지 못하겠지만
살아 있는 동안엔
내 할 일 즐거이 하리.
<기도시>
+ 걸레의 기도
저는 세상의 온갖 더러움
씻어주는 일을 해요
제가 더러워지는 만큼
세상은 더 맑고 깨끗해져요
생각해 보면
참 숭고한 일 아니겠어요.
그런데도 사람들은
저의 존재를 하찮게 여겨요
자기네가 더럽힌 세상 닦아주는 걸
고마워하지도 않아요
저를 마음대로 써먹다가
어느 순간 갈기갈기 찢어버려요.
하지만 주님!
저는 개의치 않겠어요
제 할 일 다하다 가겠어요
주님이 온 세상 죄를 뒤집어쓰고
십자가에 달려 죽으셨듯이
저도 온몸으로 세상 더러움 닦다가
때가 되면 죽을 거예요.
+ 걸레의 기도
주님!
당신께선 저를
참 신비한 존재로 지으셨어요
제가 더러워지는 만큼
세상의 때가 씻어지니 말입니다.
세상 죄를 짊어지고 가는
어린양 예수같이
저는 태어나 죽을 때까지
세상의 더러움을 온몸으로 품어요.
오, 주님!
하지만 당신께선
알고 계실 줄 믿어요
내 몸이 겉으로 더럽혀지고
너덜너덜해지는 그만큼
나의 보이지 않는 영혼은
날로 더 깊고 순수해지고 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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