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망초 묵상 시 모음> 정연복의 ‘길가의 개망초’ 외
+ 길가의 개망초
보도블록에 내려앉은
앉은뱅이 작은 꽃
두 송이 노란 개망초.
높이라곤 없으면서도
조금도 기죽지 않고
환히 웃고 있다.
겨우 동전 크기인데도
내 무릎을 꿇게 만든
작은데 작지 않은 꽃.
+ 개망초
낮에도 밝게 웃는 꽃
밤에는 더욱 밝다
온밤을 지새워
온몸으로 어둠을 밝힌다.
하나하나는 작고 여린 빛이
한데 모아져
어둠을 지나
새벽을 가져오는
큰 빛이 되는
개망초.
+ 개망초
노란 작은 원을
동그랗게 둘러싸고 있는
촘촘히 갈래 진 하얀 잎들.
계란 프라이 예쁘게 만들기
세계대회가 열린다면
우승은 따놓은 당상.
+ 개망초
동그란 하얀 얼굴에
노란 웃음 짓고 있는
작고 예쁜 꽃아
네 꽃말이 화해라는 걸
방금 알게 되었어.
세상 살아가다가
누군가와 관계가 어긋나
마음이 힘들고 괴로울 때
밝고 화평한 네 모습을 떠올리며
차분히 마음을 다스릴게.
+ 개망초
여름 한낮 뜨거운 햇살에
다른 꽃들은 움츠려도
생기발랄한 모습 그대로
환한 웃음 잃지 않음으로
세상의 길손들에게
삶의 희망과 용기 불어넣는 꽃.
+ 개망초
작아도 참 작아서
동전만큼도 못 되지만
너의 하얀 얼굴
해맑은 웃음으로
지금껏 내가 얻은 삶의 위안
이루 셀 수도 없으니.
황금 덩어리와도
널 바꾸지 않으리
내 목숨꽃 지는 날까지
널 잊지 않으리.
+ 개망초
초록의 계절 6월의 들판에
군데군데 피어 있는
작고 하얀 개망초
이른 아침부터 환한 웃음꽃.
생기발랄한 초록의 기운
온몸 가득히 받아
피곤한 기색이라곤 없이
허공에 떠 있는 생명의 보석들.
+ 개망초
하나하나는 작은 빛
수천수만 개가 모이면
어둠을 능히 밝히는
큰 빛이 된다는 걸
저녁 어스름 들판에서
말없이 온몸으로
보여주는 너희들
참 멋지다.
+ 개망초
흙을 덮어놓은
비닐 틈새로 고개를 내민
작고 하얀 꽃.
높이라곤 없이
온몸이 환한 웃음뿐인
네 앞에 무릎 꿇는다.
홀로 피어서도
외롭다 울지 않고
밝고 굳센 네 생의 모습.
+ 개망초 가족
보도블록 틈에 살면서도
하얀 웃음꽃 활짝 피우고 있는
여덟 송이 개망초 가족.
열악한 환경을 불평할 법도 한데
너희 얼굴에 쓰여 있는 것은
지금 살아있음의 기쁨과 감사.
행복이란 게 뭔지
너희 삶의 모습을 통해
문득 알 것 같다.
+ 개망초 가족
어렵사리
비닐을 뚫고 나와
밝은 햇살을
볼 수 있어
감사하다
행복하다.
+ 개망초 가족의 노래
캄캄한 어둠 속에서
하늘이 무너질 것처럼
밤새 퍼부은 소낙비로
노숙하는 우리 가족 모두
여린 몸이 더러 상하면서
무섭고 힘들었지만
그래도 이렇게 살아남아서
정말이지 불행 중 다행이야.
소낙비 그치고 날이 밝았으니
상처를 추스르고 삶의 용기를 회복하여
오늘도 한목소리로
행복을 노래해야지.
+ 개망초 앞에서
생기 넘치는 초록 들판에서
환히 웃는 너희들
그냥 쓱 보기만 해도
평안과 행복이 묻어나는 모습.
꽃 피고 새가 노래하는
아름다운 이 세상에서
사람들도 너희처럼 살아갈 순 없을까?
저마다의 모양과 빛깔로
작은 삶과 사랑의 꽃을 피우며
욕심 없이 소박한 행복을 누리며.
+ 개망초에게
하늘이 무너질 듯
이틀 동안 퍼부은
소낙비의 채찍에
온몸 상하고서도
배시시 웃고 있는
작은 꽃아
아픔이야 슬쩍
웃음 뒤에 감추고 있는
널 통해 또 한 수 배운다
큰 시련조차도 웃음에 담긴다는 걸.
+ 개망초의 노래
기껏해야 동전 크기쯤
나는 작은 풀꽃
내 이름을 아는 사람도
거의 없는 것 같다.
그래도 나
기죽거나 슬퍼하지 않음은
비록 몸은 작지만
내 마음 내 영혼은 크고 깊은 걸.
+ 개망초의 노래
끝없이 너른 들판의
작디작은 내 몸이지만
겁내고 움츠리지 않으리.
비록 몸은 작아도
보이지 않는 마음이 크면
멋진 한 생 살 수 있으니
지상에 잠시 머물다 가는
나의 생 나의 목숨의
하루하루 기쁘게 살아가리.
햇빛과 달빛과 별빛
비바람 찬 이슬
온몸으로 감사히 맞으며
얼굴 가득 웃음꽃 피우리.
+ 개망초의 노래
삶의 의지만 굳세면
어떠한 환경에서도
생명의 꽃은 피는 것.
작고 여린 몸으로
두꺼운 비닐을 뚫고 나와
환히 웃는 내 모습을 보라.
남모르는 고통과 시련의
터널을 묵묵히 지나왔기에
더욱 빛나는 나의 생 나의 존재.
+ 개망초의 노래
세상이 펄펄 끓는
가마솥더위에도
끄떡없다.
파릇파릇한 나의 생기
환한 나의 웃음꽃
아무도 빼앗지 못한다.
이래 봬도 나는 개망초
생명의 기운 넘쳐나는
내 모습을 가만히 보라.
+ 개망초의 노래
일주일 넘게 내린 소낙비로
어쩔 수 없이 내 몸은 꺾여
땅바닥에 거의 닿을 지경이지만
보이지 않는
나의 마음 나의 정신은
오히려 더욱 굳세어져 있으니
상처투성이 몸에서
숨길 수 없이 뿜어져 나오는
밝고도 밝은 생명의 빛을 보라.
+ 개망초 하나
수많은 세 잎 클로버
한가운데 우두커니
홀로 서 있는 개망초.
수천의 토끼풀꽃이
외로운 꽃 하나를 위해
기꺼이 배경이 되어 준다.
혼자라고 울지 말라고
너의 행복을 우리가 응원하느니
힘내라고 행복하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