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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고

[퇴고] 민주주의

작성자김유진|작성시간26.06.22|조회수15 목록 댓글 1

‘자만의 덫’에 빠진 한국 민주주의 (1218자)

 

“한국 민주주의가 또 한 번 위기를 극복했다”. 일각에서 윤 전 대통령 탄핵을 두고 나온 말이다. 헌법재판소가 내린 위헌 결정으로 헌정질서는 회복됐다. 하지만 국민주권, 대의민주주의, 권력분립 등의 기본 원리를 포함한 민주주의까지 성장했다고 보기 어렵다. 위기는 잠시 멈춰 선 것처럼 보이지만, 같은 종류의 위기가 다시 반복될 수 있다는 불안은 여전히 남아 있다.

 

한국 민주주의 공론장은 점점 법정으로 이동해 왔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이번 탄핵 모두 시민의 대규모 시위 동원과 헌재 결정을 통해 헌정질서를 복원했다는 점에서 “성숙한 민주주의”의 사례로 꼽힌다. 하지만 불과 몇 년 만에 탄핵안 및 대규모 찬반 집회가 반복됐다. 이는 정치가 갈등을 스스로 조정하고 책임지는 능력을 회복하지 못했음을 방증한다. 중대한 결정이 국회와 정당이 아니라 법원과 헌재의 판단에 맡겨지는 일명 ‘정치의 사법화’는 민주주의 기본 원리인 국민주권과 권력분립의 원리를 명백히 훼손했다.

 

영국 정치학자 데이비드 런시먼은 “민주주의가 여러 차례의 위기를 어떻게든 버텨온 경험 때문에, 결국 ‘자만의 덫’에 빠진다”라고 말한다. 위기를 미리 감지하거나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능력은 부족하지만, 막판에 묘하게 버티는 능력 덕분에 사람들은 “결국 또 버틸 것”이라고 믿는 안일함을 지적했다. 한국 민주주의도 군부독재 종식, IMF, 박근혜 탄핵, 이번 계엄·탄핵 사태를 거치며 비슷한 심리에 빠져 있지 않은가. 촛불과 탄핵으로 한 번 더 버텼다는 안도감이 정작 권력 구조와 정당 체제, 사법·군 통제를 어떻게 고칠지에 대한 논의를 부차적 과제로 미룬다.

 

법정과 거리로 갈등을 보내기 전에 국회와 정당 차원에서 우선적으로 조정하고 책임지는 문화를 복원해야 한다. 독일 연방의회는 하원의장과 부의장, 각 당 원내대표가 상시로 모여 의사일정과 쟁점을 조정하는 ‘중진협의회’가 있다. 큰 갈등이 생길 때마다 한 방에 모여, 어떤 법안을 언제 올릴지, 어떻게 토론 순서를 짤지, 어느 선에서 서로 양보할지를 먼저 정치 안에서 토의한다. 한국도 안건조정위원회나 여야 중진 협의체 구상처럼 비슷한 장치들은 있지만 이미 상황이 터진 뒤에야 잠깐 꺼내 쓰는 일명 ‘비상 카드’ 용도로 머무른 지 오래다. 안건조정위와 중진 협의체가 형식적인 절차에 머무르지 않고 ‘정치의 방’으로 실제 기능할 때 비로소 항구적 민주주의에 한 발짝 다가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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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김유진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6.22 new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32/0002879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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