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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고

[퇴고] 민주주의

작성자김수미|작성시간26.06.22|조회수11 목록 댓글 0

비상계엄 선포는 한국 민주주의가 여전히 위기에 취약하다는 사실을 드러낸 사건이었다. 그러나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이루어졌다고 해서 민주주의 위기가 완전히 극복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탄핵은 헌정질서를 회복하는 중요한 계기였지만 민주주의 위기를 초래한 구조적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한국은 정치적 의견이 양 극단으로 나뉘어서 다양한 의제는 논의 테이블로 들어오지 못하는 문제를 가지고 있다. 이 기저에는 양당제의 고착화와 정치적 양극화가 존재한다.

민주주의는 국민 주권이라는 기본 원리를 가지고 다양한 의견이 반영되어야 한다. 이러한 목적을 가지고 한국은 다당제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사회가 양당제로 고착화된 것엔 단순대표제, 소선거구제를 선택하는 구조적 원인과 소수정당의 역량부족을 함께 원인으로 볼 수 있다. 사표가 되기를 원하지 않는 유권자들이 가능성이 있는 후보에게 투표하며 소수정당들이 설 자리가 좁아지게 됨과 동시에 원내로 입성하더라도 소수정당이라는 이유로 의정활동을 원활하게 할 수 없는 악순환의 반복이었다. 거대 정당의 고착화는 다양한 사회적 요구가 반영되지 못하는 대표성의 위기를 일으켰다. 이번 지방선거 역시 양당을 제외한 소수 정당의 당선 소식이 시장과 도지사에 아예 없으면서 양당제의 고착화가 반복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는 대표성의 위기이자 정치적 양극화를 앞당기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프랜시스 후쿠야마가 말한 '비토크라시(Vetocracy)'처럼 상대 정파의 정책을 막는 것이 정치의 주요 목표가 되면서 의회는 타협의 장이 아닌 대결의 장처럼 변한지 오래다. 더 나아가 정치적 양극화는 이제 정치적 문제에 국한되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있다. 극우, 극좌 성향의 유튜버가 가짜뉴스를 퍼뜨리고 대중이 그 뉴스를 소비함으로써 공론장 역시 양극화되고 있다. 계엄이후 탄핵 정국에서부터 지금의 투표지 부족 문제까지 양극화된 사회는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

항구적 민주주의의 근간은 시민들의 의견이 정치과정에서 반영되는 기회를 넓히는 것에서 시작한다. 다수당으로 구성된 의회를 만들기 위해 독일에서 채택중인 연동형비례대표제를 참고해볼 수 있을 것이다. 정당 득표율이 의석수에 직접 연동됨으로써 정치적 대표성이 높아질 수 있는 방안 중 하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는 특정 지도자의 퇴진만으로 유지되는 체제가 아닌 다양한 의견이 제도 안에서 경쟁하고 타협할 수 있을 때 지속될 수 있다. 한국 민주주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헌정질서 회복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듣는 정치적 대표성과 협치의 기반을 확대해 민주주의의 구조적 취약성을 줄여 나가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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