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차 이야기(煎茶物語)
● 일본센차의 시조, 인겐 슈기
나가사키항에 우수에 젖은 한 선승이 도착했다. 그는 조국인 明이 망하고 淸이 들어서자, 일본으로 망명을 택한 인겐슈기라는 인물이다. 그의 등장은 일본의 엄격한 격식의 오랜 점다문화에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었다. 17세기 일본은 센노리큐의 죽음 이후 차 유파들의 미의식에 대한 염증과 배불의식이 만연한 시기였다. 리큐의 와비정신을 계승했다고 하나, 고가의 그림 감상, 쌀 수천만섬에 육박하는 다도구, 성 한 채에 육박하는 찻사발 감상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차회 형식은 당시 주도세력으로 등장한 죠닌과 지식인들의 눈에는 검덕이라기보다는 유희라 느껴질만큼 사치스러운 것이었으나 딱히 이를 대신할 방법이 없었던 터였다. 청렴한 지계의 풍격을 지닌 황벽종 승려 인겐이 끓인 물에 찻잎만을 넣고 마시는 지극히 간소한 모습의 센차(煎茶)는 불교청풍을 바라는 승려들과 점다문화에 염증을 느낀 에도인들에게 새로운 대안이 되었다. 인겐이 가지고 온 새로운 차문화와 청렴한 그의 풍격은 중국문화와 중국문화인들에 대한 동경으로 나타났다. 인겐은 센차(煎茶)이외에 일본의 식문화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생명있는 재료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원칙인 보찰음식인 후챠요리(普茶料理)와 일본 차과자의 주재료가 되는 인겐콩의 전래가 그것이다. 불법을 전하러 온 그가 오늘날에는 콩이름으로 존재하며 우리들의 찻자리에 등장하여 함께 하고 있는 것이다.
● 바이사오와 센차도
인겐선사가 가져온 잎차는 에도시대 일상음료로 자리잡았으나, 맛차처럼 정신적인 문화성을 부여하지는 못했다. 이를 끽다 취미로, 센차도로 이끈 사람이 바이사오라 불리우는 코유가이이다. ‘차 파는 늙은이’란 뜻의 바이사오는 원래 황벽종 승려였으나 교토의 히가시야마에 통선정을 짓고 20년동안 찻집을 열었다. 그는 차를 팔면서 수행을 하며, 차(茶)와 선(禪)이 둘이 아님을, 선은 절만이 아닌 일상의 삶속에 있음을 보여주었다. 형식에 사로잡히지 않는 그의 다도관은 일본 지식인들에게 이상적인 모습으로 비춰져 문학과 서화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또한 일본식 센차제다에 대한 그의 관심은 담론과 부흥으로 이어지고 오늘날 센차 문화형성에 큰 토대를 마련 하였다.
일본센차의 종류
일본에서 잎차는 그 이전에도 있어 왔으나, 엄격한 의미에서 일본식 센차제다는 교토의 우지를 중심으로 18세기에, 고급차인 교쿠로는 19세기 들어 생산되었는데, 지금은 시즈오카차가 생산량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인겐선사와 바이사오 이래 발전을 거듭한 일본 잎차인 센차는 교쿠로, 센차 이외에도 다마리요쿠차, 반차, 쿠기차, 메차, 고나차, 호우지차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일본센차의 종류와 특징)
1. 쿄쿠로 : 가장 고급 차인 교쿠로는 다른 센차와 달리, 차 따기 약 20일 전에 햇빛을 차단하여 찻잎에 떫은 성분이 축적되는 것을 방지하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교쿠로는 단맛을 감싼 깊은 자연향이 난다.
2. 센차 : 센차는 일본차 생산량의 약 90%를 점유하고 있는 가장 대중적인 차로 떫은 맛과 단맛의 조화가 잘 이루어지고, 뒷맛이 산뜻한 것이 특징이다.
3. 후카무시센차 : 후카무시센차는 일본의 식생활변화에 따라 비교적 최근에 나온 차로, 보통 센차보다 증제시간이 2~3배 길다. 이 차는 짧은 시간에 잘 우러나오고, 진한 녹색의 탕색을 볼 수 있다.
4. 다마리요쿠차 : 다마리요쿠차는 덖은 것과 증제된 두 종류가 있는데 전자는 가마이리세라하여 솥에서 찻잎을 덖는 한국식제다법과 같은 차로 우레시노차가 유명하고, 후자인 무시세다마리요쿠차는 미야자키차가 유명하다.
5. 반차 : 센차를 거의 다 만들고 난뒤에 딴 찻잎으로 줄기나 굴대가 섞여 있기 때문에 독특한 맛과 향이 있다. 잎이 딱딱하기 때문에 증제할 때 시간이 걸리고, 건조할 때 불 넣기도 강하게 하는 것이 특징이다.
6. 쿠기차 : 쿠기차는 센차나 교쿠로를 만든 과정에서 취하고 남은 찻잎의 줄기만을 모았기 때문에 깔끔한 맛과 싱그러운 향이 있다.
7. 메차 : 1,2번째 딴 차에서 취하고 남은 어린 싹부분을 모아 만든 차이다. 맛이 진하기 때문에 향보다는 차 맛이 농축된 것을 선호하는 사람에게 맞다. 차 제조공정에서 나온 것으로 가루처럼 가는 잎이다.
8. 고나차 : 고나차는 비교적 상급인 찻잎에서 나온 것이 많은데, 옥로분, 전차분 등이 있다. 가격이 싸고 맛이 진한 것이 특징이다.
9. 호우지차 : 호우지차는 센차나 반차에서 나온 큰 찻잎을 볶아 만든 것으로 찻잎, 탕색 모두 갈색이다. 큰잎, 줄기, 큰잎과 줄기를 섞은 것 등 여러 종류가 있는데, 잎차와 티백으로 제품화되어 많이 마셔도 부담이 없고 저렴한 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