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천(大周天)
지금까지는 모든 수련에서 철저한 무의식이 강조되어 왔다. 의식이라면 오로지 단전에 축기하는 데만 두고, 심법을 통해서 무의식으로 운기하는 것이 지금까지의 유일한 수련 방법이었다. 그러나 이제 온양을 통하여 진기의 소생처가 마련되었으므로 기를 모으기 위한 의식의 집중은 필요없게 되었다. 즉 대주천부터는 의식을 사용하여 수련한다.
대주천은 하늘의 천기(天氣)와 땅의 지기(地氣)가 천지공간의 기와 통하여 인체 내에 흐르게 하는 데 그 의의가 있다. 다시 말해서 양발중앙의 용천과 양손 중앙의 노궁, 그리고 머리 끝에 있는 백회를 체내의 진기로 뚫어서, 백회를 통하여 천기를 받아들이고, 용천을 통하여 지기를 받아들이며, 노궁을 통하여 공간의 기를 받아 서로 통하게 하는 것이다.
대주천 수련이 본격화되면, 하단전은 도태되고 중단전이 본격적으로 개발되기 때문에 수련자 스스로 오욕칠정(五慾七情)을 다스려 얽매이지 않게 되고, 자연과 더불어 초연하게 되며, 사람과 어울려 공생(共生)할 수 있게 된다.
대주천 자세도 좌식자세가 기본이다. 단지 의식의 효율적인 집중과 기의 원활한 교류를 위해서 양 손바닥이 하늘을 향하게 하여 무릎위에 올려 놓는 것이 좋다.
대주천운기는 의식으로 단전의 기를 회음에 모으는 것부터 시작한다. 하지만 의식으로 기를 이끈다고 해서 의식의 100%를 모두 기의 흐름에 두라는 것은 아니다. 기본적인 의식은 단전에 있는 가운데 흐름을 아 운기해야만 한다.
즉 지금까지는 단전에 70%, 기의 흐름에 30% 의식을 두었다면, 이제부터는 단전에 30%, 기의 흐름에 70%의 의식을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진기의 흐름을 무시한 채 조급하게 이끌려고 하면 진기는 끌리지 않고 진기를 감싸고 있는 생기를 이끌게 되므로 주의하도록 하자.
회음에 모인 진기가 마치 단전의 그 느낌처럼 충실하게 되면 진기를 다리 정중앙을 통해 왼쪽 발바닥의 용천까지 보낸다. 대주천운기는 왼쪽 발부터 뚫어주어야 한다. 이때 관절부위인 무릎과 발목 등에서 진기가 막혀 잘 흐르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지식을 사용해서 뚫으면 된다. 대주천에서는 지식을 사용할 때도 의식을 앞세운다.
의식을 막힌 부분에 집중적으로 두게 되면 진기가 강성(强性)을 띠게 되어서 쉽게 뚫을 수 있다. 이 점이 소주천과는 다르다. 주의할 점은 용천으로 보낸 진기를 단지 용천에 모으는 것만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용천을 뚫고 내보내어 내기(內氣)와 외기(外氣)가 교류하도록 해야한다는 점이다. 의식으로 용천을 뚫고 진기를 밖으로 한 뼘 정도 내보낸 후에 다시 회수해서 회음까지 끌어올린다. 회음에 모인 진기를 이번에는 오른쪽 용천까지 보냈다가 다시 회음으로 끌어올리는데 왼발과 동일한 방법으로 하면 된다.
이렇게 진기가 양쪽 발을 모두 유통시키고 회음으로 되돌아오게 되면, 하단전 석문을 거쳐서 중단전 옥당까지 진기를 끌어올린다. 이때 중단전에 강한 압박감이 느껴지면서 답답해지는 경우가 있으나 이는 중단전 옥당에 기가 강하게 몰리면서 나타나는 기감이므로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보통 대주천의 강력한 진기는 하단전에서 중단전으로 운기되면서 뜨거운 열기를 수반하기 때문에 수련자에 따라서는 강렬한 뜨거움이나 다소의 어지러움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진기가 중단전 옥당까지 올라오면 왼팔 중앙을 통하여 손바닥의 노궁을 뚫는다. 팔도 마찬가지로 남녀 모두 왼팔부터 뚫어 준다. 이렇게 노궁을 뚫고 외기와 접한 후에 다시 중단전까지 회수해서 오른팔을 뚫는다. 오른쪽 노궁을 뚫은 후에도 마찬가지로 진기를 옥당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양쪽 노궁을 통하고 중단전에 진기가 회수되면 곧바로 중단전에서 상단전 인당으로 끌어올린다. 진기가 상단전에 이르게 되면 상주대맥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한바퀴 운기시킨 다음 인당에서 백회로 진기를 끌어 올려 백회를 뚫는다.
백회를 뚫을 때는 의식을 집중하여 진기를 보다 강하게 응집시킨 연후에 뚫어 주는 것이 좋다. 백회뿐만 아니라 노궁이나 용천을 뚫을 때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하게 되면 막바로 진기를 이끌어 뚫어 주는 것보다 오혈(五穴)이 확실하고 크게 뚫리기 때문에 거의 교류가 더욱 원활해진다. 진기가 백회를 뚫고 30여 센티 정도까지 밖으로 나가게 되면 다시 백회로 회수해서 인당에서 갈무리한다. 이렇게 내기(內氣)가 양발의 용천과 양손의 노궁, 백회 등 오혈(五穴)을 뚫고 외기(外氣)와 접하여 다시 인당까지 다다르게 되면 드디어 대주천을 이룬 것이다.
대주천을 이루면 이전 단계와 마찬가지로 반복해서 운기해 준다. 물론 소주천 때처럼 일주하는 데 2분이 넘지 않을 정도까지 반복 수련을 해야만 한다. 일주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2분 내로 줄어들면, 이제는 회음에서 양발 용천으로 동시에 운기하고 다시 중단전으로 끌어 올려 양손 노궁으로 동시에 기를 보내 운기해 본다.
다시 말해서 운용의 묘(妙)를 발휘해 보자는 것이다. 이렇게 반복 수련을 하다보면 의식의 분할(分心)이 자유롭게 되면서 운기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운기시의 기감도 꺼끌꺼끌한 느낌이나 열감보다는 청신하고 안정된 은은한 느낌이 들게 된다. 대주천이 일주하는데 2분 안으로 소요되는 경지는 근기(根氣)에 상관없이 누구나 백주(百周)안에 되므로 오직 수련자의 노력(勞力)이 귀하다 하겠다.
대주천 요결
대주천은 신체 내외의 여러 면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가져온다. 여기서는 대주천 수련자가 알아두어야 할 변화들과 심득(心得) 사항 몇가지에 대해 이야기할까 한다.
우선 신체적인 변화이다. 대주천을 이룬 후에는 어떤 일을 하더라도 전보다 피로를 덜 느끼게 되고, 또 피로해지더라도 빨리 회복할 수 있다. 소주천 때보다도 훨씬 컨디션이 좋고 머리가 맑아지며 팔다리가 마치 솜처럼 가벼워져서 등산이나 축구같은 지구력을 요하는 운동을 했을 때, 체력이 전보다 현저히 좋아졌음을 확연히 느끼게 된다. 예를 들어 관악산을 등산한다고 했을 때, 서울대 입구에서 연주암을 지나서 팔봉까지 완주를 하고 나서, 전에는 등산후의 피곤함 때문에 그 날 오후 내내 휴식을 취해야 했다면, 유통 후에는 가볍게 산책한 정도의 노곤함 정도만 느끼게 되는 것이다.
둘째로 기적인 변화이다. 대주천을 통해 오혈을 뚫고 천지간의 기운과 통하게 되면, 심력과 더불어 기적(氣的)인 활용 능력도 커지게 된다. 즉 천지자연에 있는 모든 기운을 마음대로 끌어 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는 현무(玄舞), 현공(玄功), 그리고 현치술(玄治術) 등으로 발현되는데, 대주천을 이룸으로써 이러한 높은 운심(運心)의 경지를 보다 완벽하게 터득할 수 있게 된다. 물론 이전 단계에서도 현무나 현공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대주천 이후에 보다 깊은 체득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수련 단계가 더 높아져서 뭔가를 알게되면, 현무와 현공을 완전히 터득한다는 것이 더 어려워지므로 대주천 단계때 현무와 현공을 완전히 터득한다는 것이 더 어려워지므로 대주천 단계인 현무와 현공을 열심히 연습하여 그 오묘함을 터득하는 것이 좋다. 현무라는 것은 기의 흐름을 부드럽게 타면서 추는 춤을 말하고, 현공이란 것은 심력을 강하게 사용하여 호신강기(護身剛氣)를 타는 것을 말한다.
기를 탄다고 하여 현무와 현공이 단순히 기운을 끌어 춤을 추는 차원의 것은 아니다. 부단한 연습을 통해 현무와 현공의 묘(妙)를 깨닫게 되면, 몸도 마음도 아닌 몸과 마음을 같이 깨달을 수 있게 된다. 현치술은 일종의 치료를 위한 것으로, 대주천을 이루게 되면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을 단지 심법만으로 치료할 수 있는 능력, 즉 기력과 심력이 생기므로 이전보다 활용 범위가 넓어진다.
현무와 현공을 할 때 있어 가장 주의할 점은 선입관을 갖지 않는 것이다. 무엇을 보든 나무가 아닌 산 전체를 바라볼 수 있는 마음으로 넓은 안목을 가지고 정신과 마음을 집중해야 한다. 현무와 현공을 통한 기(氣)의 체득과 얻어지는 힘은 엄청난 것이지만, 이러한 기적인 측면은 연습을 통해 단련되는 것이지 갑자기 생기는 것은 아니므로 수련자는 노력하여 배우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셋째로 영적인 측면이다. 대주천을 반복해서 운기하게 되면 삼단전에 있는 세 개의 여의주가 깨끗이 닦여져 빛을 발하게 되는데 그 빛에 의해 영이 맑아진다. 영이 맑아지면 영력(靈力) 또한 커지므로 일반인과는 다른 탁월한 직관력을 갖게 된다. 예를 들면 누가 옆에서 전혀 모르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하더라도 그 사람에 대한 궁금증을 갖는 순간 그 사람 모습이 떠오른다거나, 무엇이든 궁금한 생각이 들면 그에 대한 해답이 영감(靈感)으로 와서 알게 된다거나 하는 것 등이다.
이것은 삼주(三珠)가 조금씩 아주 여러 번 닦여 서서히 빛을 내뿜기 시작한 때문이다. 즉 중단전이 본격적으로 개발되면서 상단전 또한 조금 밝아졌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아직 양신(陽神)을 이루지 못한 상태이고 기적인 차원에서 조금 정진된 것뿐이기 때문에 영력에 의해 어떤 현상을 보게 된다거나 해답을 구하는 것이 늘 맞아떨어지는 것은 아니므로 나름대로 한계를 갖는다. 어느 단계를 수련하든지 간에 수련자는 자신의 수련단계가 가지고 있는 공부의 한계를 명확히 알아야 한다. 한계를 안다는 것은 발전의 기초가 되기 때문이다.
그 외 몇 가지 주의할 점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대주천이 의식을 사용한 수련이라고 하여 일부 수련자 중에는 진기가 아닌 생기로 대주천을 유통시키는 경우가 있다. 이는 의식이 기운을 앞서가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의식을 사용한다고 해도 의식이 진기의 흐름보다 앞서 가게 되면 진기가 아닌 생기를 끌어 운기하게 되므로 주의해야 한다. 운기시 수련자의 의식은 진기의 바로 뒤를 따라 가면서 조금씩 끌고 가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또 수련자 중에는 외부의 기(外氣)를 바로 끌어 들여 오혈(五穴)을 뚫고자 하는 사람도 있으나 이는 올바른 수련이 아니다. 물론 진기유통(眞氣流通)이 아닌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외부의 기운으로 백회를 열거나 혈을 여는 것은 빙의나 접신 같은 부정적인 현상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주의하는 것이 좋다. 모든 것은 중심(中心)이 있어야 한다.
내기(內氣)를 충분히 단련시켜 얻은 힘으로 오혈을 유통해야 한다는 것을 명심하도록 하자.
대주천 수련 체험기 : 모든 관점을 하늘에 맞추어 두고...
淸 雲 강민섭
대주천이 이전에 해 왔던 수련과 다른 점은 의식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의식을 사용한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기(氣)적으로는 온양수련을 마쳐 이미 온몸의 진기화가 이루어진 상태라, 이젠 의식을 사용해도 생기를 끌거나 해서 수련이 헛되게 되는 일이 없어졌다는 의미가 있다. 그러면 도(道)적으론 어떤 의미가 있을까? 비록 자신의 몸안에서의 운기이긴 하나 의식을 사용해도 된다는 것은, 이미 하늘로부터 어느 정도의 자격을 인정받았다는 뜻이 그 속에 담겨져 있는 것일 테다.
그러나 수련을 하면서 깨달은 것은 대주천 수련 역시 의식을 사용함에 있어 한계가 있다는 것이었다. 의식을 과도하게 사용하여 기운을 이끌면 역시 가벼운 기운, 즉 생기가 빠르게 이끌려 옴을 느낄 수 있었다. 이렇게 기운을 이끌어 대주천 통로를 유통시켰다간 분명 점검에서 다시 하라는 판정이 나올 것이다. 나 역시 그랬으니까. 그런 것으로 미루어보아 아직은 의식을 백프로 사용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무의식에서 의식으로의 전환. 아마 의식의 무의식화 혹은 무의식의 의식화라는 말로 표현하는 게 더 옳을지 모른다. 의식을 사용할 수 있는 가장 초보적인 단계, 즉 아직은 의식사용이 완전하지 않기에 그냥 익히는 단계라는 정도로 이해하고 싶다. 하지만 이전의 온양수련의 지루하고 어려운 과정에 비하면, 대주천 수련은 상대적으로 쉽고 재미있는 단계임에는 틀림이 없다.
대주천 유통을 이룬 후 얼마 되지 않았을 때의 일이다. 와룡산 산행 중이었는데, 오혈(五穴)을 열어 산천의 가득한 기운을 받아들인다는 심법을 건 후 묵묵히 앞만 보며 발을 내딛고 있었다. 그러던 중 갑자기 주위의 기운이 답답하게 막혀옴을 느꼈다. 그래서 눈을 들어 앞을 바라보니 서너 명의 중년의 남녀가 길섶에 앉아 담소를 나누고 있는 게 아닌가? 자연과 인간의 기운이 그렇게 다르리라고는 이전엔 상상도 못했었다. 그제야 비로소 내가 주위의 기운과 교류를 하고 있다는 것을 더욱 절실하게 실감할 수 있었다.
유통을 이룬 후 본격적으로 2분내 운기를 하면서 여러 가지 실험을 해 보았다. 우주 속에 있는 오행(五行)의 기운을 끌어서 감별해 보는 것이 그 하나였는데, 그 미묘함의 차리를 구분해 내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처음엔 손가락을 각각 하나씩 오행에 배당시켜 백회로 끌어들인 기운을 감별해 보았다. 기운이 미묘하게 다르긴 한데 정확히 표현해낼 재간이 부족함을 느꼈다. 그 다음엔 백회로 끌어들인 기운을 중완에 일단 모아 각각의 해당 장부로 기운이 가도록 하는 연습을 했다.
그렇게 하는 것은 하나의 기운용 묘용인데 청월단사님의 가르침을 따르는 것이었다. 어떻게든지 기운의 감별이 이루어지면 그만큼 심득(心得)이 따라오고, 더불어 수련에 대한 심력(心力)이 강해지는 것이라 믿음이 있었다.
지금은 거의 일상화된 부분이라 대수롭지 않게 여겨지는 부분 중 하나가 대주천 수련을 하다보니 직감이 많이 발달한다는 것을 체험한 것이다. 어떤 사람, 어떤 일에 대한 직감이 순간적으로 발동할 때면 거의 맞아 들어갔다. 예를 들면 이 사람이 무슨 말을 할 것이다라고 생각하는 순간 여지없이 그 사람이 예상하던 말을 하는 식이다. 내가 미리 말을 꺼내면 그 사람이 어? 귀신이네... 하는 식이었다.
한 가지 더 재미있었던 경험을 말하자면 누군가에 대한 생각을 깊이 하면 반드시 그 사람으로부터 연락이 오는 일이 잦아졌다는 것이다. 기력이 강해질수록 염력도 강해진다는 것인데 그렇게 되고 보니 함부로 삿된 생각을 하면 안되겠다는 자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런 부분들을 이제는 모르겠다. 익숙해져서 그런 건지 아님 다시 무디어진 건지 알 길 없고, 궁금해하지도 않는다. 지나가는 과정이었으리라 생각할 뿐이다.
유통 직후부터 항상 백회로 기운이 들어온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청량한 기운이 들어오는 느낌이 좋아 한참 동안 가만히 기운을 맛보곤 했다. 그만큼 기력도 강해지고 기운 회복도 이전보다 엄청나게 빨라졌다. 자연스레 수면시간도 이전의 4분의 3정도로 급격히 줄어졌다.대주천 유통후 매일 3∼4시간 정도만 자면서 생활하고 있는데 일상에 전혀 무리가 느껴지지 않는 게 오히려 신기할 정도다.
또 한가지 좋은 점이 있다. 그건 기치료를 하게 될 때이다. 이전엔 원거리 기치료를 하면 약 5분 정도만 해도 기력이 많이 딸리는 걸 느꼈는데, 이젠 백회로 기운을 받아들이면서 기보내기를 할 수 있기 때문에 기력이 줄어드는 속도가 많이 줄었다. 만약 한시간 정도의 기치료를 하고 나면 이전 같아서는 초죽음이라 할 정도로 온몸이 축 쳐지는 피로를 느끼곤 했지만, 이젠 약간 피곤하고 나른함을 느낄 정도로 기력이 발전했다.
오혈이 열러 천지자연의 기와 직접 교통한다는 게 정말로 큰 의미가 있는 것 같다. 그 중에서도 무엇보다 나 스스로가 가장 큰 변화라고 생각하는 것은 역시 마음이 변화이다. 매일 매일의 수련을 의무감 비슷한 것으로 알고 하던 것으로부터, 스스로 원해서 즐겁게 하는 수련으로 변해 나갔다. 이제는 수련진도의 빠르고 늦음에 대한 집착도 많이 줄어들었다. 대주천을 이룬 수련자에 걸맞는 마음과 기력, 기운용 능력 등등을 갖추어 알차게 수련해 나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나를 있게 한 천지자연에 대한 감사한 마음과 그 배려에 부끄럽지 않는 학인(學人)이 되어야 한다는 자각도 밀려들었다. 이제는 나 혼자가 아닌 항상 우주와 함께 숨을 쉬는 하인이 되고 싶다.
그러기에 서서히 도(道)에 대한 개념이 정리가 되어 나갔고, 이제야말로 나도 첫걸음을 내딛는구나 하는 대견스러운 마음도 들었다. 그래서 이젠 모든 생각, 마음 씀씀이 하나 하나가 내 것이 아닌 우주의 것이라 생각하며 산다. 모든 관점을 하늘에 맞추어 두고 산다고나 할까. 아직은 인간적인 습(濕)과 착(着)들이 많이 남아 있기에 혼란스러운 일들도 많다. 하지만 이제 첫걸음을 내딛은 것이란 걸 잘 알고 있다. 진정한 공부는 이제부터인 것이다.
이 수련을 통해 나를 바꿔가며, 궁극으로는 하늘의 뜻에 거슬리지 않고, 더 나아가 하늘 일을 하게 될 수 있도록 하루하루 최선을 다한 수련과 일상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할 뿐이다.
심법(心法)
심법이란 마음을 쓰는 법을 말한다. 석문호흡의 수련단계 전체를 살펴보았을 때 크게는 진기수련과 양신 이후 공부로 나눌 수 있다. 여기서 진기수련을 보다 세분화하게 되면 운기편과 심법편으로 나눌 수 있는데, 그 기준이 되는 단계가 대주천이다. 즉 대주천을 이루게 되면 기적인 면에서는 이미 충분한 역량이 생겼다는 것을 뜻한다. 굳이 이야기하자면 대주천 이전 단계는 심기쌍수의 측면에서 볼 때 기적인 면이 강했고, 대주천 이후는 심적인 면이 강하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대주천 이전은 선수심후운기중 운기공부가 수심공부를 이끌어 가는 것이 컸다면 이제부터는 수심공부가 운기공부를 이끄는 것이 크다는 이야기다.
대주천을 이룬 이후에는 공부도 상당한 여유를 가지게 된다. 하루 1시간 정도만 앉아서 집중적으로 수련해도 그 날에 필요한 공부를 충분히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 외의 수련시간은 전단계의 복습과 기적인 활용, 그리고 자신의 마음을 돌아보는 데 투자하도록 하자. 공부가 여기에 이르면 자신이 무엇을 위해 공부하고 있고, 또 앞으로 어떻게 공부해 나갈 것인지에 대해 깊이 숙고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