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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읽기

명언과 망언 사이, “내가 존경한다니까 진짜 존경하는 줄 알아”

작성자방랑객|작성시간21.12.13|조회수222 목록 댓글 0

 

세상을 살다보면 별별 허언을 다 듣게 되지만 이재명의 허언은 상상을 초월한다. 그는 지난 2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과 관련해서 “아무런 뉘우침도 없고 반성도 하지 않으며 국민에게 사과도 하지 않은 상태”라며 사면에 반대 입장을 드러냈었다.

<모든 사진 자료 : 인터넷>

그런 그가 바로 이틀 후 돌연 “우리 존경하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라는 표현을 씀으로써 국민들의 귀를 의심하게 만들었다. 그것도 박 전 대통령에게 그리 호의적이라 할 수 없을 것 같은 전라북도 전주에서 청년들과의 토크콘서트에서 한 말이다.

 

철모르는 아이들이 장난삼아 한 말이 아니다. 한 나라의 국정을 운영하겠다는 사람의 말이다. 혹시 그가 평소에 품행이 바르고 매우 겸손한 사람이어서 존경이라는 말이 습관처럼 입에 붙어 있어서 그럴까? 그의 지금까지의 행동거지를 보면 그건 결코 아닐 것이다.

 

세상의 말들이 소란해지자 이재명의 해명이 “내가 존경한다니까 진짜 존경하는 줄 알아”라고 조롱한다.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남의 벌인 일에는 사과를 밥 먹듯 하면서 자기 말에는 이렇게 돌리고 저렇게 눙치며 딴청을 피운다. 존경을 하지도 않으면서 왜 존경한다고 했을까?

그가 개그맨이라면 그렇게 말하는 것을 이해할 수 있겠다. 유행어를 노리고 한 말이라고 이해할 수 있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이재명이 그런 발언을 할 때의 표정은 무척 자연스러워 보였다. 웃자고 한 말은 절대 아니었던 것이다.

 

만약 그가 거짓 또는 농담 삼아 한 말이라면 그의 표정은 우스꽝스럽거나 장난기가 있거나 했을 것이다. 말하자면 표정 어딘가에는 미묘한 변화가 나타나기 마련이다. 어떻든 ‘존경하는’이라는 단순한 표현으로 인해 이재명은 곤혹을 치루는 중이다.

 

이 표현에 대해 누구는 한숨 비슷한 것이란 황당한 말을 하는가 하면, 민주당의 여러 입들도 구차한 변명을 하느라 침을 튀기고 있는 중이다. 국회의원들도 상대 의원을 지칭할 때는 ‘존경하는 누구누구 의원님’ 하고 부르는 단순한 표현이란다. 맞는 말이다.

국정감사장을 보면 그런 표현은 수시로 들린다. 그 표현은 싫든 좋든 동료의원 간에 기본적 예의로 고착되었다. 언어순화 측면에서도 더 없이 좋은 용례일 것이다. 이런 좋은 선례는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었으면 싶다. 그러나 그건 상대방이 면전에 있을 때의 이야기다.

 

생각해 보라. 국민 모두가 세종대왕이나 이순신 장군을 존경하고 좋아하지만 누구도 그 분들을 지칭할 때 ‘존경하는’이라는 수식어를 붙이지 않는다. 말하자면 ‘존경하는’이라는 수식어는 특별한 경우에 한정해서 사용되는 표현인 것이다.

 

그런 점에서 자리에 없는 인물에 대해 ‘존경하는’이라는 표현은 극히 제한적으로 사용된다. 예를 들어, 이재명이 자기 옆에 없는 문대통령에 대해 이야기할 때 ‘존경하는 문대통령’라고 했다면 누구도 시비하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초록은 동색이기 때문이다.

이재명의 말 중에 또 하나 짚을 부분이 있다. 바로 제일 앞에 붙은 ‘우리’라는 말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 말은 ‘존경하는’이라는 수식어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본다. ‘우리’라는 말은 그 쓰임새가 보통의 의미 이상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동료의식이 강할 때나 친밀도가 상당할 때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표현이다. ‘우리 팀’, ‘우리 집’, ‘우리엄마’ 등 그런 용례는 수도 없이 많다. 강한 유대감을 품고 있는 참으로 친근한 우리말이다. 그러므로 이 말은 적의를 품는 상대방에게는 절대 사용할 수 없는 말이다.

 

그러므로 ‘우리’라는 표현을 썼다는 것은 ‘우리 박근혜 전 대통령’이라는 말이고, 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자기의 친근의 범주 안에 있다는 말이다. 그런 의미로 그런 표현을 썼다면 그 말은 화해의 상징처럼 될 수도 있었다. 그렇게 되면 ‘존경하는’이라는 수식어는 자연스러워진다.

<이재명의 "우리 존경하는 박근혜 전 대통령">

그런데 그는 자기가 한 말을 농담처럼 뒤집었다. “내가 존경한다니 진짜 존경하는 줄 알아.” 이 말의 속뜻은 ‘절대 그럴 리가 없으니 지지층들께서는 오해가 없기를 바랍니다’라는 의미일 것이다. 야비하기 이를 데 없는 속임 말이 그의 입에서는 일상인 모양이다. 그래선지 그의 말은 무게감이 없다. 새털보다 가볍다. 명언과 망언은 한 끗 차이다.

 

그런 그가 대권을 잡는다면 우리는 또 얼마나 속 뒤집히는 말들을 듣게 될지 모른다. 그 생각을 하면 모골이 송연해진다. “내가 대장동 특검 하자니까 진짜 하자는 줄 알아” 또는 “내가 재난지원금 준다니까 진짜 주는 줄 알아” 하는 객쩍은 소리를 듣게 될지 누가 알겠는가.

 

정치인의 말은 믿을 것이 하나도 없다는 말도 있지만 그래도 정치인이 국민들에게 표를 구하는 것은 그의 진정성이다. 이재명은 불행하게도 그가 자랑하는 그 현란한 입 때문에 결국은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스스로 자초한 일이니 어쩌겠는가. 인품이 거기까지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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