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가방을 다시 꾸리기
오늘날 평생직장 개념은 진부한 것이 되어버렸다. 한 직장에서의 충성도보다는 개인의 능력에 맞는 직장 이동이 보다 바람직하다고 여기는 것이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이직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나를 필요로 하는 곳에서 내가 얼마나 부응할 수 있으며,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기준이 된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해왔던 일과는 다소 다른 무언가가 필요할 것이다. 이는 지금까지 내가 해왔던 삶의 상당 부분의 변화를 요구한다.
그런데 그러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이 책은 이러한 문제에 깊이 고민하고 다양한 사례와 실천 내용들을 제안하고 있다. 따라서 새로운 삶이 필요한 사람, 또 다른 도약을 꿈꾸는 사람에게는 이 책이 상당한 시사를 줄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하나둘씩 짐을 늘려간다. 이러한 짐들은 오래 산 집 구석구석에 쌓여 있는 불필요한 물건들과 같다. 그러므로 없어도 되는 그런 물건들이지만 우리는 여전히 그것들이 일, 가족, 사랑, 인간관계 등 우리 삶을 지탱해 준다고 믿는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한때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채워주었지만 이제 더 이상 감당하기 힘들 만큼 버거워졌다. 닥치는 대로 꾸역꾸역 채워 넣다보니 정작 인생을 제대로 즐기기 위한 공간이 없어졌다는 사실을 미처 깨닫지 못하거나 뒤늦게 알게 된다.
어쩌면 인생에서 가장 좋은 시절은 이미 끝난 것이 아닌지 의심하기도 한다. 그러나 인생 후반을 위한 프로그램은 바로 우리 안에 있다는 것이 저자들의 주장이다. 짐이 무거워지는 것을 느끼는 그 순간이 바로 새로운 성장과 또 다른 여정을 위한 ‘클릭 타임’이라는 것이다.
그 프로그램을 클릭하기 위해서는 지금 짊어진 인생의 가방을 풀고 다시 꾸려야 한다는 것이다. 가방을 푼다는 것은 지금 우리가 들고 다니는 것이 도대체 무엇이며, 그것을 왜 들고 다니는지 찬찬히 되돌아본다는 뜻이다.
가방을 다시 꾸린다는 것은 끝없는 재평가와 재창조를 의미한다. 우리가 믿어왔던 삶의 방식들이 앞길을 인도하기는커녕 걸림돌이나 족쇄가 되지 않게 하려면 가방을 다시 꾸리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의 화두는 ‘당신의 가방 안에 무엇을 담아야 할까?’가 된다. 가방을 다시 꾸리는 일은 한 번에 끝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지나온 삶을 되돌아보고 끊임없이 현재를 반성하는 과정이다.
나. 바람직한 삶
실제적으로 삶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내가 가진 재산의 크기가 아니라 인간관계, 일, 여가 세 가지다. 따라서 이 세 가지를 돌아보고 이와 동떨어지거나 불필요한 것들은 하나씩 가방에서 내려놓아야 한다. 그것은 바로 자신을 긍정하는 것이다.
여기서 긍정은 인간을 포함한 세상의 모든 개체가 자연스러운 조화를 이루며 존재하는 것을 인정한다는 뜻이다. 자연스러운 조화는 바람직한 삶의 토대고, 바람직한 삶은 곧 온전함을 추구한다. 우리는 작은 약속들을 지켜감으로써 그러한 온전함에 이를 수 있다.
결국 바람직한 삶은 자신이 속한 곳에서(Place),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하며(Love), 삶의 목적을 위해(Purpose), 자기 일을 하는 것(Work)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네 가지 요소는 서로 독립된 것이 아니라 서로 조화를 이루며 삶속에 녹아들어가야 한다.
바람직한 삶에 필요한 것들을 알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내면이 보내오는 주파수에 민감해지고 자신과 좀 더 열린 관계, 솔직하고 분명한 관계를 맺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가면부터 벗어야 한다.
“삶은 결코 일반적인 논의로 규정되는 것이 아니다. 더욱이 거룩한 몇 마디의 명언들로 요약되는 것도 아니다. 삶은 그 누구도 아닌 오로지 자기만의 질문을 품을 채 끊임없이 가방을 풀고 다시 꾸림으로써 서서히 완성되어 가는 것이다.”(58쪽)
다. 가방 꾸리기 법칙
인생에도 여행과 마찬가지로 가방이 필요하다. 그러나 불행히도 사람들은 가방을 너무 일찍, 너무 쉽게 택한다. 학교를 졸업하면 손때 묻은 책가방을 팽개치고 반짝이는 빛나는 최신형 서류 가방을 산다. 둘러보니 눈에 띄고 지금 당장 필요하므로 집어 들었다.
우리는 그렇게 집어든 가방을 평생 들고 다닌다. 그것이 애초에 맞지 않는 가방이거나 오래 전에 용도에 맞지 않게 되었는데도 말이다. 자신의 가방이 아직도 적당한지 살펴보고, 지금 들고 있는 가방이 앞으로 남은 인생의 여정에도 꼭 맞는 것인지 자문해봐야 한다.
온갖 물건이며 책임을 악착같이 그러모으다 보면 결국 그것들을 제대로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처하고 만다. 이것이 ’가방 꾸리기 법칙‘이다. 해결책은 먼저, 짊어져야 할 짐의 양을 결정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무엇을 취하고 무엇을 버릴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이다.
가방을 다시 꾸리는 일은 더 중요한 것과 덜 중요한 것 사이에서 올바른 균형을 찾아가는 작업이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지금 짊어진 짐이 도대체 어떤 것인지 살펴보고, 그것이 당신의 선택을 잘 반영하고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가방을 다시 꾸리려면 먼저 열어보고 그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다른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서로의 결정과 선택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을 만큼 신뢰하는 관계라면 더욱 좋다. 이를 토대로 여행체크리스트를 만들어 본다.
여행 체크리스트를 완성하고 나면 자신에게 도대체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물어본다. 속이 후련해지도록 모든 것을 털어놓도록 한다. 그렇게 하면 대화가 보다 진솔해지고 재미가 있어질 것이다.
라. 불필요한 것 버리기
사회적 역할이 커질수록 떠맡아야 할 집의 종류도 점점 많아지지만 우리는 기꺼이 감수한다. 맡은 역할과 그에 따른 짐의 양이 늘어날수록 능력을 인정받는 것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생의 어느 시점에 이르러 그 모든 짐이 엄청난 부담감으로 다가온다.
따라서 짐을 좀 덜어내고 싶어도 가족을 포함한 주변의 시선 때문에 끝까지 포기하기가 어렵다. 도대체 내가 왜 이 따위 짐들을 지고 가는지를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한다. 이는 결국 바람직한 삶의 구성요소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나는 왜 이 일을 하고 있는가?
-나는 왜 이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있는가?
-나는 왜 이곳에 살고 있는가?
-나는 왜 이것을 나의 목적으로 삼고 있는가?
질문에 답을 구하다 보면 결국 두 가지 점에 귀착된다. 하나는 현재의 즐거움과 미래에 대한 보상이,다. 어떤 일을 할 때는 지금 그것을 즐기기 때문이거나 장차 뭔가를 얻게 되리라 기대하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자신과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이다. 우리가 어떤 일을 할 때는 운동과 같이 자기 자신을 위해서 하는가 하면, 직업처럼 다른 사람을 돕기 위해서 하기도 한다. 이것을 범주와 하면 네 가지로 요약된다.
-그것이 지금 나에게 즐거움을 주기 때문이다.
-그것이 지금 다른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기 때문이다.
-그것을 통해 내가 얻게 될 뭔가를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일을 견뎌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을 통해 다른 사람들이 얻게 될 뭔가를 위해 지금 그 일을 견딜 수 있기 때문이다.
가방을 다시 꾸리는 일은 요람에서 무덤까지 계속된다. 나이에 상관없이 살아 있다는 느낌을 잃지 않고 싶다면 가방 꾸리기는 거듭 되풀이돼야 한다. 바람직한 삶이란 한번 손에 넣으면 고이고이 모셔둘 수 있는 보물단지가 아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내가 지고 있는 짐이 무엇인지, 그것을 왜 지고 가는지를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그러자면 먼저 가방을 열어봐야 한다. 그리고 그 중 정말로 필요하지 않는 한 가지를 버리는 것에서부터 삶은 새롭게 시작된다.
이 책은 우리의 삶을 여행에 빗대고 우리의 삶의 무게를 여행 가방의 무게에 비유하여 설명하고 있다. 여행을 하려면 그때그때 가방을 꾸려야 한다. 그러나 여기서 정작 중요한 것은 여행은 목적지보다 여정은 그 자체를 음미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우리의 가방 안에 무엇을 담을 것인지를 묻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인생이라는 여행을 즐겁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여행은 노력과 보상이 동전의 양면처럼 연결된 채 지속되는 일련의 과정이기 때문이다.
물론 도중에 갑자기 길을 틀수도 있고 그와 함께 우리도 달라질 것이다. 우리는 끊임없이 가방을 풀고 다시 꾸린다. 그것이 여행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오로지 목적지만을 위해 산다면, 먼 미래에 얻게 될 성공만을 위해 산다면 여행 자체는 영영 잃어버리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