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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후기

[아브라소 & 히로 7-4] 몸은 입체, 볼륨(volume)을 키워라

작성자해리해리|작성시간22.02.09|조회수260 목록 댓글 0
4주차
오초와 히로에서 커넥션 유지하는 법 & 좁은 공간에서의 히로

 

1. 2차원 평면에서 3차원 입체로

오초와 히로의 아브라소를 배우며 제일 먼저 우리 몸에 대한 재인식을 했습니다.

아브라소를 할 때 가슴에 집중하다보니 우리 몸을 평면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우리의 몸은 두께를 가진 입체라는 거죠.

예전에 한 선배가 했던 말이 떠올랐습니다.

“탱고 초보자들은 몸통을 단면으로 생각하지만

사실 몸통은 등과 가슴의 양면으로 이루어져 있다.

등은 반듯하게 세워 똑바로 서되 

가슴은 부드럽게 만들어 파트너를 초대해야 한다.”

 

이 말과 맥이 닿아있으면서도, 한 걸음 더 진일보한 인식이었습니다.

몸을 가슴과 등의 양면으로 인식해도 결국은 표면(surface) 차원에서 생각하기 쉬운데, 사실 우리의 몸은 두께와 부피(volume)를 가진 입체라는 거죠.

지금까지 평면처럼 써오던 몸을 어떻게 입체로 쓸 것인가?

이를 위해서 상체를 팽창시키는 연습을 했습니다.

여자가 손을 남자의 가슴과 등에 대고, 남자는 상체를 팽창시키면서 자기의 고개도, 어깨도, 상체만도 아닌, 자기의 가슴과 등에 놓여진 여자의 손을 움직이는 연습이었습니다.

이 연습을 통해서 남자는 자기의 몸 자체를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여자에게 리드의 느낌을 주는 법을 익히며, 여자는 상체의 연장인 손의 움직임을 통해 아브라소를 유지하고 팔로우하는 느낌을 익힙니다.

 

별 거 아닌 듯 하지만, 막상 느낌을 제대로 내기란 정말 힘들었습니다.

상체를 최대한 팽창시키려다보니, 숨을 최대한 들여마시고는 더 숨을 안 쉬고 참게 되었고, 그러자 어깨가 올라가고 근육이 잠기며 몸이 뻣뻣해지는 불상사가 발생했습니다.

팽창의 요체가 호흡인 것은 맞습니다.

호흡을 너무 깊게도, 너무 얕게도 아닌 중립 상태로 적절히 마시고 내쉬면서 가슴과 등을 확장해 보았습니다.

 

상당히 생소한 감각이었지만, 아르헨티나 마에스트로들의 지도를 받았던 로렌님은 옛 가르침들을 떠올리며 무척 즐거워했습니다.

“예전에 마에스트로가 날 안아보더니, ‘아브라소가 너무 텅 비어있다(empty). 엄마를 안듯이 안아보라’고 했었어요. 또다른 마에스트로는 ‘상체를 확장(expansion)시켜보라’고 했고요. 그 말들이 오늘 수업과 모두 통하네요.”

 

 

2. 둥실 떠오르는 풍선처럼

 

Up!

화이쌤은 영화 [업(Up)]을 예로 들면서, 히로를 돌 때 둥실~ 떠오르며 가는 느낌을 살려보라고 했습니다.

이 역시 자세와 호흡하고 연관되어 있습니다.

우리의 하체는 인체 중에서 가장 강력하고 튼튼한 넓다리뼈(대퇴골)와 종아리뼈(비골) 두 개로, 단순하면서도 강한 직선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무릎이 무너지지 않는 한, 하체는 쉽게 무너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상체를 지탱하는 척추뼈는 자그마치 26개!

게다가 S 라인으로 곡선을 그리죠.

더욱이 춤을 출 때는 자신의 무게만이 아니라 파트너의 무게까지 감당하며 다양하게 움직여야 합니다.

그래서 상체는 자세 무너지기가 매우 쉽죠.

 

그런데 자세를 바로잡겠다고 뼈와 근육에 신경쓰다가 오히려 몸이 경직되기가 쉽습니다.

우리의 폐를 풍선 삼아서 풍선이 두둥실~ 떠오르니 풍선에 매달린 척추가 펴지며 올라가는 느낌을 살려봅니다.

히로를 돌 때에도 호흡으로 상체를 확장시키고, 부풀어오른 폐가 몸을 떠올리듯이, 파트너도 덩달아 받쳐올리듯이 둥실 떠오르며 돌아봅니다.

 

이 느낌은 걸을 때에도 적용됩니다. 

부드러운 느낌을 낸다고 힘을 다 빼고 있으면 축 늘어지고 맥아리 없는 느낌이 납니다.

풍선은 부드러우면서도 확실한 존재감이 있습니다.

그런 풍선이 움직이듯이 걸으면 

부드러우면서도 견실하고, 존재감이 강하면서도 거칠지 않은 느낌을 낼 수 있게 됩니다.

 

 

3. 롤러코스터가 미끄러지듯, 축구공을 드리블하듯

히로를 할 때 여유를 가져봅니다.

롤러코스터는 정점의 높이에 천천히 도달하고 서서히 미끄러져 내리다가 아찔하게 내달립니다.

움직이기 전에 에너지가 서서히 모이고, 다시 에너지가 서서히 작용하면서 움직이기 시작하는 과정을 음미해봅니다.

 

남자가 히로의 리드를 시작해서, 여자가 리드를 읽었다면 그 다음에 히로를 도는 것은 여자의 몫이 됩니다.

일단 정점에서 내려가는 롤러코스터는 거침이 없습니다.

히로를 돌 때, 한 걸음씩 멈칫멈칫하며 남자에게 일일이 ‘가? 말아?’ 확인을 받으며 움직이지 말고, 거침없이 움직입니다.

물론 제멋대로 움직이라는 말은 아닙니다.

앞, 옆, 뒤의 방향과 타이밍, 템포의 리드는 잘 읽지 않는 것은 롤러코스터가 궤도를 벗어나 탈선하는 것과 같습니다.

 

여자가 롤러코스터처럼 히로를 돌면, 남자는 축구 드리블을 하듯이 공(여자)을 쫓으며, 공하고 함께 갑니다.

같은 리드를 해도 저마다 다른 템포와 크기로 움직이는 여자를 잘 쫓아갑니다.

공을 못 쫓아가도 문제고, 공은 나몰라라하고 나 혼자 앞서가는 것은 더 큰 문제입니다.

하다못해 물체에 불과한 공조차도 함께 가야 하거늘

감정과 느낌과 생각이 있는 파트너와 함께 가지 못한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4. 왕은 태도로 말한다

오늘 수업에서 계속 강조되었던 점은

히로를 돌 때 남자는 상체로 히로를 리드하려고 일일이 여자를 밀면서 상체를 무너뜨리지 말고, 풍선처럼 상체를 팽창시키라는 것이었습니다.

응용 피구라인 ‘메디오 히로 + 아메리카나 + 사까다’에서 

아메리카나로 여자를 데려올 때, “가지 말고 다시 와”하며 여자의 오초 아델란떼의 리드를 해야 합니다.

“남자는 왕같은 태도로 ‘다시 와’라고 해야 여자가 바로 다시 와요.”

 

상체는 부피를 키워 자신의 자세를 확실히 세우고 여자를 데려오면서, 하체는 확고하게 여자가 와야 할 곳을 짚습니다.

자기도 똑바로 못 하면서 여자에게 이리 가라, 저리 가라 귀찮게 잔소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부터 바로잡고, 편안하게 여자를 데려오면서, 당당하게 여자가 있어야 할 자리를 짚어줍니다.

태양은 뭇행성들을 일일이 잡아당겨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자기의 존재감을 확실히 함으로써 행성들이 자신의 주위를 자연스럽게 돌도록 만듭니다.

왕은 입이 아닌 태도로 말합니다.

 

 

5. 엘불린 수업의 어려운 점

사실상 오늘의 수업은 초중급 때 배우는 메디오 히로를 집중탐구해본 셈입니다. 

그 덕분에 엘불린의 수업 방침이 명확하게 드러났습니다.

피구라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탱고 감각을 민감하게 키우고 완성도를 높이는 거죠.

 

문제는 그 느낌이 매우 낯설고 생소해서

‘이건가? 이런 느낌인가? 이렇게 하는 게 맞나?’ 얼떨떨한 채 따라해봅니다.

긴가민가 미심쩍고 머릿속이 복잡한데, 쌤들은 다시 한 마디 더 합니다.

“머리를 너무 쓰면 오히려 춤에 방해가 된다.

매 순간순간, 매 걸음걸음마다 생각하고 분석해서 하려 하지 말고 본능적으로 반응해라.”

아, 네, 저도 그러고 싶죠. ㅋㅋㅋㅋ

 

생소한 느낌을 미처 잡기도 전에 

그 느낌을 탱고에서 어떻게 살리는지, 피구라에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배웁니다.

이 모든 얘기를 1시간 안에 하려니 수업이 일사천리 전광석화,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전개됩니다.

얼떨떨하게 수업받다가 ‘어? 벌써 수업 끝났어?!’하며 정신이 아득해집니다.

 

새롭게 배우고 느끼고 깨닫는 바가 많으면서도, 

아니 오히려 어쩌면 그 때문에 수업이 꽤 어렵습니다.

감각을 계속 일깨우고 키우다보면, 몸에 익는 날이 오겠죠?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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