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드컵 소음악기 부부젤라(Vuvuzela)
남아공 월드컵 중계방송을 볼 때 마치 벌떼들이 윙윙거리는 듯한 소리가 들린다. 이것은 요즘 주목을 받고 있는 '부부젤라(Vuvuzela)'가 내는 소리인데 남아공 최대 부족인 줄루족의 나팔 모양의 전통 악기 이름이다. 길이는 60~150㎝ 정도이고 소음도는 120~140데시벨(dB)의 코끼리가 울부짖는 듯한 소리를 낸다. 사격장의 소음(115dB), 기차 소음(dB)보다 크다. 물론 심판의 호루라기 소리(121dB)보다 커서 선수들이 경기에 집중하는데 방해가 된다.

그런데 지금 월드컵의 응원단이 부는 것 같은 '양산형'으로 처음부터 시작된 것은 아니다. 원래는 '쿠두젤라(Kuduzela)'라는 악기가 원조(?)란다. 이 쿠두젤라는 아프리카산 영양의 뿔로 만들었는데 아프리카의 야생동물을 보호하자는 움직임이 일어난 후 플라스틱을 원료로 하는 양산형 부부젤라가 탄생했다.
원래 남아공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는 축구가 아니라 럭비, 크리켓 등이었다. 축구는 남아공 최대의 도시인 소웨토(Soweto)를 연고로 하는 두 팀, 올랜도 파이러리츠와 카이저 치프스가 벌이는 이른바 '소웨토 더비'는 남아공 프로리그에서 최대의 흥행 카드이다. 이 경기에서 흥분한 팬들끼리 충돌하는 사태가 종종 벌어졌는데 이 때 부부젤라가 위협적인 '무기'가 됐다고 한다.

엄연히 악보(?)까지 있는 악기, 부부젤라는 원래 크기가 2~3m에 달할 만큼 거대해서 흥분한 관중들이 무기로 사용할까 봐 남아공 월드컵 전에 FIFA에서 경기장에 갖고 들어갈 수 있는 부부젤라의 크기를 1m로 제한했다. 큰 부부젤라 소리는 중저음이 깔리면서 꽤 장중한 느낌을 준다고 하는데 크기가 짧아지면서, 상대적으로 음역대가 높아졌고 그래서 지금 듣는 것처럼 거슬리는 소음이 되었다는 것이다.

경기가 한창 진행 중인 이 대회에서 부부젤라를 금지하자는 의견이 수 차례 나왔다. 그럴 때 FIFA의 제프 블래터 회장은 "이것은 아프리카의 문화이고, 그 자체로 인정해야 한다. 아프리카에서의 월드컵을 '유럽화'해서는 안 된다"고 말해 논란을 잠재웠다. 지난 2002년 월드컵 때 우리나라서도 꽹과리를 신나게 쳐댔는데 외국의 응원단에선 이게 무지 시끄럽다고 했다 하니 참아줄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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