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수필][수필] 뱁새가랑이 안 찢어진다. <羊角/진범석>

작성자카페지기|작성시간13.09.05|조회수172 목록 댓글 1

 

 

      

 

 

 [수필] 뱁새가랑이 안 찢어진다.

 

  <羊角/진범석>

 

  정약용 편찬 ‘이담속찬 (耳談續纂)’에 나오는 속담 중에 ‘鴈效雚步 載裂厥跨 (안효관보 재렬궐과)라는 속담이 있다. ‘뱁새가 황새걸음을 본받으면 곧 그 가랑이가 찢어진다. 혹은 뱁새가 황새를 따라가려면 다리가 찢어진다. 뱁새가 황새 따라가면 다리가 찢어진다. 제 힘에 겨운 일을 억지로 하다가는 도리어 화를 당한다. 분수에 넘치게 남을 따라가려고 애쓰다가 오히려 피해를 본다.‘는 뜻의 교훈이 담겨있는 속담이다.

 

  뱁새와 관련한 다를 글을 보면 ’뱁새 다리가 길다 해도 황새 다리만 하겠는가.‘ ’뱁새는 작아도 알만 잘 낳는다.‘ ’아무런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작정 선진국의 문화를 따라 하는 것은 뱁새가 황새를 따라가다 다리가 찢어지는 격이다.‘ 라고도 하였다.

 

  두 새의 몸통 크기를 비교해 볼 때, 붉은 머리 오목눈이라고 하는 새인 뱁새는 약 12Cm, 황새는 112Cm 가량 된다고 한다. 그러니, 뱁새는 황새에 비해서 약 1/10밖에 안 되는 작은 새인 것이다. 그처럼 작은 새가 황새를 따라간다는 것은 어림도 없는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이솝우화 중에 매일 힘들게 수레를 끄는 말과 빈둥거리며 놀면서도 주인으로부터 사랑을 받는 개 이야기가 있다. 말이 힘든 수레를 끄는 일을 하고 와서 가만히 쉬면서 보니 개란 넘은 힘든 일은 하나도 하지 않으면서도 식사를 하는 주인 옆에 앉아 주인이 맛있는 고기를 먹는 것을 보고는 뒷다리로 벌떡 일어서서 꼬리를 흔들고 머리를 주인의 다리에 비비곤 한다. 그러자 주인은 귀엽다는 표정으로 맛있는 음식을 개에게 건네주는 것이다. 말이 보기에, 힘든 일은 제 혼자 다 하면서도 개만큼 사랑받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자 자기도 개처럼 주인에게 애교를 떨면 주인으로부터 사랑받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하루는 주인이 음식을 먹는 곳으로 가서는 주인 바로 앞에서 개처럼 뒷다리로 벌떡 일어나서는 꼬리를 흔들고 그 큰 머리를 주인에게 부비 곤 하였다. 그에 주인은 크게 놀라 이 말이 미쳤다고 생각하고는 몽둥이로 혼쭐나게 패버렸다는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의 핵심은 철학적으로 말하자면 ‘너 자신을 알라’는 말이 되겠고, 쉽게 말하자면 ‘뱁새와 황새는 다리 길이가 다르니, 뱁새가 황새를 따라갈 필요는 없다’는 말이 되겠다. 뱁새는 뱁새이고 황새는 황새이니 각자의 삶이 다를 수 있는 것이다.

 

  ‘장자’의 글에 오리와 학의 이야기가 나온다. 오리의 다리가 짧다고 길게 하거나 학의 다리가 길다고 짧게 하려면 아픔이 따른다는 것이다. 문제는 자기 속에 잠재한 나름대로의 가능성을 최대한 발휘해서 그것으로 보람을 느끼며 즐거운 마음으로 살지 못하고, 자꾸만 옆 사람과 비교하고 그렇게 되지 못할 때 속을 태우는 일이 되는 것이다. 물론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남과 비교하면서 살게 마련이다. 그러나 비교하는 것까지는 어쩔 수 없는 일인지 모른다. 뱁새가 황새를 따라 가려하다가는 다리가 찢어지는 일이 있어서도, 혹은 황새가 뱁새를 따라 가려다 다리가 오그라지는 일이 있어서도 곤란하다. 모두 자기에게 주어진 분수를 알고 거기 따르는 순명(順命)의 삶을 사는 것이 행복의 기본 조건인지 모른다.

 

  흔히들 뱁새를 이야기하면 황새와 견주어 이야기를 하고 턱도 없이 부족한 존재로 여기게 된다. 하지만 뱁새는 황새를 따라가려고 태어난 존재가 아니다. 뱁새는 뱁새의 존귀함이 있고 황새는 황새의 존귀함이 있다. 어느 글에 보니 뱁새는 뱁새의 걸음이 있고 황새의 걸음이 있으니 절대 황새를 따라 간다고 뱁새의 가랑이는 찢어지지 않는다고 하였다. 뱁새는 뱁새로서의 삶이 있고 황새는 황새로서의 삶이 있는 것이다.

 

  “우리에게 주신 은혜대로 받은 은사가 각각 다르니 혹 예언이면 믿음의 분수대로, 혹 섬기는 일이면 섬기는 일로, 혹 가르치는 자면 가르치는 일로, 혹 위로하는 자면 위로하는 일로, 구제하는 자는 성실함으로, 다스리는 자는 부지런함으로, 긍휼을 베푸는 자는 즐거움으로 할 것이니라.” (로마서 12:6-8)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예수쟁이 | 작성시간 13.09.09 아멘입니다. 그런데 어떤 경우는 뱁새가 황새를 따르려니 안 되는 것인지 믿음으로 소망을 갖고 쫓아가는데 때가 아직도 안 된 것인지 분간이 안 되네요.^^ 오늘 소중한 은혜 많이 나누어 주여서 감사합니다.^^ 샬롬! 늘 행복하세요.
댓글 전체보기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