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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믿음사이

백조와 오리, 그리고 흑조

작성자착한초보|작성시간26.06.14|조회수90 목록 댓글 4

오랜만에 9시 학생미사에 갔다.

조금 늦게 도착해서 윗층, 아이들이 악기를 연주하는 곳 바로 뒤에 앉게 되었다.

 

전자 피아노 의자에 두 여학생이 나란히 앉았다.

두 아이가 자리를 바꾸어 가며 각자가 맡은 미사곡을 번갈아 연주한다.

한 아이가 연주하면 다른 아이는 옆에 앉아서 잘 보고 있다가 악보를 딱 맞게 넘겨 준다.

 

반주는 물 흐르듯 자연스럽고 아이들은 무척 바쁘다.

어린 백조 두 마리가 뮬 위로 헤엄치는데 물 밑에선 다리를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것 같다. 

 

저쪽에선 남학생 셋이 머리를 맞대고 앉았다.

한 아이는 드럼을, 두 아이는 기타를 치고 있다.

아이들은 삑사리 없이 연주해 내느라 땀 닦을 틈도 없다. 

 

어린 오리처럼 아직 머리가 보송보송한 아이들이 

이걸 해내느라 얼마나 연습을 많이 했을까

마음이 솜털처럼 포근해진다.

 

그런데 검은 옷을 입은 어떤 청년이 전자 피아노 가까이 가더니

느닷없이 볼륨을 줄여 버린다.

 

두 백조 소녀들은 눈을 똥그랗게 뜨고 마주 보더니

볼륨을 살그머니 도로 키운다.

 

흑조 청년은 오리 소년들 가까이 가서 뭐라고 지시를 한다.

소년들은 하던 일을 하느라 들은 체를 안 한다.

 

백조들아 오리들아 잘했다.

그래도 된다.

 

흑조, 그러지 말자.

뭣이 중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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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마르가리타 | 작성시간 26.06.15 오랫만에 글 올려주셨네요
    아이들의 연주 모습이 엄청 귀여웠나봐요?
    흑조가 나오는걸 보니... ㅎㅎ
    글이 재미있어요
    피아노치는 아이들의 모습도
    소리를 죽이고 키우는 장난도
    다 귀엽다는거죠?
  • 답댓글 작성자착한초보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6.16 흑조 청년은 아마도 성가대 또는 반주 지도 선생님인거 같아요
    뭐가 마음에 안들었던 거겠죠
    맡은 일을 열심히 하는 청년일텐데 저한테 흑조로 찍혀버렸어요^^
  • 작성자(신)나그네 | 작성시간 26.06.15 중고딩 미사 나그네형도
    자주 참례하는데 앞줄에 앉아
    몇 학생들 움직임(?)이
    분심들게 하니 속 상하다가도
    제단에서 미사 드리시는 보좌신부님은
    얼미나 힘드실까? 아~

    그런데 울 신부님은 이런생각을 하지않으실까?
    "학원이랑 주말 친구들과 미팅도 멀리하고
    미사에 참석한것만도 얼마나 기특하고 귀엽습니까?"
    하시지 않을까 되돌려 생각하며 모든 잡념잃고
    고운 성가(야훠이래)를 따라 부르며 일찍히 미리
    거룩한 주일미사를 드리곤 하지요

    우리본당 중고등부 미사 전례단 성가단 복사단 지도샘님들
    그리고 참석한 귀염둥이들아 사랑한다 그리고 박수로 응원한다
    이번 토욜 만나자 아 멘
  • 답댓글 작성자착한초보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6.16 우리 보좌신부님 작년 연말에 서품받으시고 처음 부임하셔서
    학생미사 강론 때 아무도 질문에 대답을 안해서 슬퍼하시다가
    어느 날 처음으로 학생이 대답한 날 너무 좋아하셔가지고
    다같이 박수치고 좋아했던 기덕이 납니다

    요번에 갔더니 아이들이 곧잘 대답을 하더라고요
    커다란 변화가 일어났어요^^

    그런데 아무리 지도교사라도
    깜빡이는 키고 들어가야지 말입니다 형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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