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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1월 21일, 수요일, El Calafate, Hostel Huemul
(오늘의 경비 US $48: 숙박료 50, 식료품 13, El Calafate 버스표 80, 환율 US $1 = 2.85 peso)
아침에 일어나니 바람이 강하게 불고 빗방울도 보인다. 날씨가 다시 나빠진 것이다. 어제 오전에 날씨가 좋아서 Fitz Roy 산을 본 것이 천만다행이다.
오늘은 El Chalten을 떠나서 El Calafate로 가는 날이다. 버스 출발시간이 오후 6시라 시간이 너무 많아서 가능한 한 시간을 끄느라고 아침 10시가 다 돼서야 체크아웃을 했다. 짐을 지고 버스 터미널이기도 한 Rancho Grande Hostel로 갔다. 이곳은 널찍한 대기실 겸 음식점이 있어서 버스가 떠날 때까지 기다리기에 안성맞춤이었다. El Chalten의 집합소 같은 곳이기도 해서 여행객들이 계속 들락거린다. 구석에 있는 테이블 하나를 차지하고 장시간 대기준비를 했다. 옆 테이블에는 이스라엘 청년 남녀 7, 8 명이 모여앉아서 시끄럽게 떠든다. 아마 오늘 할 일을 계획하는 것 같다. 금발과 흑발이 섞여있다.
어제는 Fitz Roy 산을 보았으니 오늘은 Fitz Roy 다음으로 인기 있는 산인 Cerro Torre를 볼 차례다. 버스가 떠나기 전에 가볼 시간은 충분히 있는데 날씨가 나빠서 가볼 마음이 안 내킨다. 가봐야 보이지도 않을 것 같다.
오후 1시까지 기다려도 날씨가 더 나아지지 않는다. 할 수 없이 나 혼자 갔다 오기로 하고 떠났다. Hostel 문을 나설 땐 비바람이 몹시 쳤는데 일단 산으로 들어가니 비바람이 거의 없었다. 그러고 보니 Hostel이 있는 곳이 바람골인 모양이다. 안내판에 Torre 산을 볼 수 있는 전망대까지 1시간 반 거리라고 쓰여 있었는데 빨리 걸었는지 한 시간 만에 당도했다. 역시 구름에 가려서 산이 안 보인다. 혹시나 날씨가 좋아질까 하고 전망대에서 한 시간 동안 기다렸으나 허사였다. 그 동안에 등산객 수십 명이 다녀갔다. 구름 사이로 봉우리 하나와 빙하는 보이는데 Torre 산봉우리는 일부만 보인다. 할 수 없이 보이는 것만 사진을 찍고 내려오기 시작했다.
한참 내려오는데 젊은 동양인 올라온다. 일본 사람이냐고 영어로 물으니 한국 사람이란다. 좀 무안했다. 무조건 일본 사람으로 생각하고 물어 본 것이다. 다음부터는 동양 사람을 보면 우선 한국 사람이냐고 물어봐야겠다. 이 사람이 입고 있는 재킷에 SBS 글자가 보여서 물어보니 SBS 촬영 팀이 Alaska로부터 남미 끝까지 산을 따라서 내려오면서 3개월 예정으로 촬영을 하고 있는데 지금 중미의 파나마 정도에 있을 거라고 한다. 자기는 멕시코에 좀 살았어서 SBS 촬영 팀이 멕시코 촬영을 하는 동안 가이드로 일을 했다고 한다. 가이드 일이 끝난 다음에 여행을 시작한 김에 남미 여행까지 하게 됐다고 한다. 남미 여행이 끝나면 멕시코로 갈지 한국으로 갈지 정하지도 못하고 있는 떠돌이 신세라고 좀 처량하게 얘기를 한다.
오후 4시쯤 Rancho Grande Hostel로 돌아왔다. 제대로 보진 못했어도 Cerro Torre 산 등산은 한 셈이다.
오후 6시에 El Calafate 버스에 올라서 거의 졸면서 갔다. 한번 간 길이라 더 볼 것도 없다. 옆에 일본 여행객이 타고 있어서 말을 걸었더니 우리가 한국 사람인 것을 알고 있었단다. 한국에 20번 넘게 여행을 해서 한국말도 많이 알아듣는다.
El Calafate에 도착해서 깜깜한 밤중이지만 예약해 놓은 숙소에 찾아가니 문에 만원이라고 사인이 붙어있다. 예약을 해두어서 다행이다. 이곳도 El Chalten 같이 숙소 찾기가 어려운 모양이다. 좀 겁이 나서 등록할 때 3일 밤을 예약해 버렸다.
여행지도
Cerro Torre 산은 구름에 가려 안 보이고 그 옆 봉우리만 보인다
인터넷에서 퍼온 Cerro Torre 산 경치
2004년 1월 22일, 목요일, El Calafate, Hostel Huemul
(오늘의 경비 US $79: 숙박료 50, 점심 13, 인터넷 3, Puerto Natales 버스표 90, Moreno 빙하 버스 80, 환율 US $1 = 2.85 sole)
El Calafate는 제법 큰 관광도시이다. 중심가에는 호텔, 음식점, 기념품 상점, 여행사들이 여기저기 보이고 휴가철이라 그런지 외국 여행객뿐만 아니라 아르헨티나 관광객들도 많이 보인다. 이곳은 지금이 여름방학 때이고 휴가철인 것이다. 이런 도시는 빨리 보고 빨리 빠져나가는 것이 상책이다.
숙소는 깨끗하기는 한데 방이 너무 좁다. 조그만 방에 침대가 아래 이층으로 넷이 있다. 거실 겸 식당이 있지만 종업원들이 피어대는 담배연기로 금방 코가 맹맹해진다. 당연히 실내에서는 금연이어야 할 텐데 이곳은 뭔지 잘못된 모양이다. 뒷마당이 있지만 흙바닥이고 의자 하나 없다. 내일 남미에서 제일 크다는 Moreno 빙하를 보고 모래 아침에 Puerto Natales로 떠나야겠다.
우선 버스 터미널로 가서 모래 Puerto Natales로 가는 버스표를 샀다. 휴가철이라 교통편이나 숙소 예약은 빨리 해놓는 것이 상책이다. 다음에는 Moreno 빙하 관광을 알아보았다. 배를 타고 하는 것, 차를 타고 하는 것, 빙하 위를 걷는 것 등 여러 가지다. 빙하는 벌써 여러 번 보아서 이제는 큰 흥미는 없다. 남미에서 제일 크다니 얼마나 큰지 보고 싶을 뿐이다. 빙하 위를 한 시간 정도 걷는 관광에 흥미가 있었지만 $80로 너무 비싸서 버스를 타고 가서 보는 것으로 정했다.
카메라 메모리 카드가 거의 다 차서 CD로 다운로드 하려고 하니 인터넷 카페에서는 할 수 있는 곳은 없고 사진관 한 군데에서 해준다고 한다. 그러나 비싸기도 하고 메모리 카드를 맡겨야 한다고 해서 그만두었다. 귀중한 사진 수백 장이 든 메모리 카드를 어떻게 남에게 맡길 수 있단 말인가. 맡겼다가 분실이라도 된다면 나에게는 큰 낭패다. 다음 가는 도시 Puerto Natales에 가서 CD "굽기"를 할 수 있는 컴퓨터가 있는 인터넷 카페를 찾아서 내가 직접 해야겠다. 나는 128MB 짜리 메모리 카드 세 개를 가지고 다닌다. 사진 한 장에 800KB (1280 x 960 resolution, low compression) 정도가 소요되니 메모리 카드 하나에 140장 정도 찍을 수 있다. 메모리 카드 3개를 다운로드 하면 CD 하나가 거의 다 찬다. CD로 다운로드 한 다음에는 메모리 카드를 다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Copyright (c) 2004‐ By 박일선. All Rights Reserved. 이 글과 사진은 상업적으로 이용하지 않고 글과 사진을 수정하지 않고 저작자를 박일선으로 (혹은 Elson Park) 표시하는 조건으로 아무나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