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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쟁기질풍경~~

작성자매일하우스|작성시간09.09.25|조회수49 목록 댓글 0

누런 살갗이 군데군데 벗겨나간 한 되들이 양은 주전자엔 세무서단속원들의 눈을 피해 몰래

빚어 고운체로 걸러낸 막걸리가 담기고 뚜껑이 닫힐 자리엔 안줏감으로 쓸 무 깍두기 서너 조각과

마른멸치 댓 마리가 담긴 작은 접시를 포갠 사기주발이 오르고 그 위에 뚜껑이 닫혔다.

주전자주둥이에 꼽힌 스텐 젓가락이 발을 옮길 때마다 딸그락거렸다.

하루 내내 말 못하는 짐승과 의사소통을 하랴 목이 컬컬할 아버지께 오후 새참이 담긴

양은 주전자를 들고 집을 나섰다.

저녁때 쇠죽 끊일 때 사용할 꼴을 채취하려 가는 새끼로 얼기설기 엮은 꼴 망을

어께에 맸다.

동구 밖부터 산 끝자락을 일구며 내다버려 기다란 돌무덤을 이룬 밭두렁 옆으로 구불구불

이어진 길을 따라 조심조심 발을 옮겼다.

아지랑이가 피어오는 들녘엔 보리수확을 마치고 콩과 수수, 조를 심으려는 동네사람들의

밭갈이 모습으로 분주했다.

돌무덤이 높게 싸인 으슥한 곳을 지나면서 혹시나 남의 눈에 뛸까하는 의구심에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잽싸게 주전자주둥이에 꼽힌 젓가락을 뽑아내고 그곳에 입을

갖다 대고 쪽쪽 몇 모금 빨아 마신 후 혹시 남아있을 흔적들을 지우기 위해 손등으로

입가를 쓱쓱 문질러 닦아냈다.

달착지근한 뒷맛에 괜히 기분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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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라, 저라, 저라"

"아따 저놈의 잡것이 오늘따라 왜 이리 꾀를 부린다니?"

걸걸한 목소리로 꾸짖다 달래도 보고 어느 땐 상스러운 육두문자가 난무했다.

하루 내내 쟁기를 끈 소가 무척이나 힘들어 보였다.

풀을 못 먹게 가려진 입가엔 세어 나온 침으로 흥건했다.

쟁기가 지나간 자리엔 골과 두둑이 교대로 길게 꼬리를 물며 이어졌다.

쟁기로 막 갈린 흙이 촉촉하고 고슬고슬했다.

그늘진 밭두렁 돌담 밑에 자리를 펼치니 밭가에 있는 나뭇가지에 고삐를 매고 준비해 간

삼태기에 든 여물을 소에게 내밀었다.

주전자뚜껑자리에 포개진 사기주발을 내려놓고 주전자를 흔들어 가라앉은 막걸리를

잘 섞이게 한 다음 주발에 반 사발쯤 따른 후 사방에 조금씩 쏟으며 "고시레, 고시레

올 농사 풍년 되게 해주소소"

풍년을 기원하는 소박한 의식을 끝내고 대접에 넘치도록 따라 단숨에 들이켰다.

깍두기 한 개를 집어 들고 따른 두 번째 잔이 반쯤밖에 차오르지 않았다.

아무래도 이상한 듯싶다.

평소엔 두 잔이 철철 넘쳤던 잔이 오늘은 왠지 많이 부족하다 여겨지는 모양이다.

고개를 갸우뚱하며 의심의 눈초리로 빤히 쳐다보는 눈길에 고개를 들 수 없다.

"아버지, 제가 쟁기질 한번 해보겠습니다."

어색해진 분위기에서 벗어나려 나뭇가지에 매인 고삐를 풀어헤치며 시키지도 않는 일을

자청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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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틈이 아버지가 쟁기질할 때마다 곁눈질로 잠깐잠깐 익힌 요령으로 소의 목에 ㅅ 모양으로 생긴 멍에를 단단히

고정시키고 조심조심 멍에에 딸린 부속장비들을 등위에 잘 차려 입힌 후 쟁기와 연결했다.

쟁기를 끌어 밭 가장자리에 위치한 후 쟁기 뒤에 서서 왼손으로 쟁기손잡이를 붙잡고 오른 손으론 보조손잡이와

고삐를 같이 잡은 후 "이랴"하고 고삐로 배를 후려치자 소가 쏜살같이 앞으로 달렸다.

땅은 갈리지 않고 쟁기는 질질 끌려갔다.

쟁기를 붙잡고 쟁기의 중심을 잡아보려 가진 애를 다 써보았지만

순식간에 발생한 일 때문에 우왕좌왕하다 쟁기손잡이를 놓치고 소의 억센 힘에 그만 고삐마저 놓쳐버렸다.

"우와! 우와!" 목이 터져라 소리쳤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소는 쟁기를 매단 체 반대쪽 밭두렁 풀이 있는 곳으로 줄달음쳤다.

잠시 휴식을 취하던 아버지가 이 광경을 보시고 황급히 소가 있는 쪽으로 뛰어가더니 소의 코뚜레를 움켜잡고

고삐의 끝으로 호되게 매질을 해댔다.

아픔에 고개를 내졌던 소가 눈가에 눈물을 내 보이며 이내 수그러들었다.

괜히 하지도 못한 일을 자신의 안위를 위해 애꿎은 소만 혼나게 해 측은한 마음뿐이다.

소는 든든한 살림 밑천으로 헛간 한쪽에 꾸며진 외양간에서 가족들의 극진한 보살핌을 받았다. 당당한 가정의 한

구성원으로 다른 집에 일을 나갈 때면 당당히 성인 한사람의 몫으로 취급받았었다.

나무를 깎아 만든 쟁기의 밑바닥에 박혀 땅을 파고 갈아엎는 도구인 쇳물을 부어 만든 쟁기

보습이 부러지지 않는 게 천만다행이었다.

급하게 출발하면 소도 놀래고 쟁기보습이 땅에 깊이 박혀 그 만큼 부러질 위험성이

크다 시며 소를 다루는 요령부터 쟁기질하는 방법까지 소상히 일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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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는 사람말귀를 다 알아듣는 영물이다.

평소에도 서로 의사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애정과 관심을 갖고 잘 보살펴야

하며 꾸짖을 땐 엄히 꾸짖어 주인에게 절대 복종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간혹 뿔에 받힐 가능성과 뒷발질에 차일 위험성을 항상 염두에 두고 될 수 있는 한 소는

앞에서 끌려고 하지 말고 소의 서너 발짝 뒤쪽에서 소를 몰아야한다.

소는 "이라", "저라","우와"등 통상적으로 사용하는 언어와 고삐를 적절히 사용하여 자기가

원하는 방향으로 유도해야한다.

소를 앞으로 몰려면 "이라"라는 구령을 사용하고 물푸레나무나 노간주나무등 질기고 단단한

나무를 둥글게 만들어서 소의 양쪽 콧구멍을 관통시켜 소가 성장할 수로 강해지는 힘을 제어하기위해 사용된 코뚜레에서

굴레 밑으로 연결된 기다랗고 질긴 끈인 고삐를 살살 흔들거나 고삐로 배를 살짝 친다.

소를 옆으로 진행방향을 바꾸려면 "저라"라는 구령을 반복적으로 사용하고 바꾸고자하는

방향 쪽으로 고삐를 잡아당긴다.

소가 일순간 방향을 이탈하면 "우와","우와"라고 구령을 외치며 고삐를 살짝 잡아당겨 소를 멈추게 한 후 "물라","물라"라고

큰소리로 외치며 고삐를 세차게 끌어당겨 소를 뒷걸음질시켜 뒤로 물린 후 잘못된 곳에 쟁기를 위치시키고 바르게 골을 낸다.

쟁기보습이 땅에 깊이 박혀 소가 힘들어한다.

쟁기손잡이를 살짝 뒤로 젖히고 쟁기를 가볍게 좌우로 흔들어 흙이 쟁기에서 잘 빠져나가게 한다.

쟁기보습이 땅에 얇게 박혀 땅이 잘 갈리지 않으면 쟁기손잡이를 살짝 앞으로 밀어(위에서 당기는 느낌) 땅이 항상

일정한 깊이로 갈리게 하는 것이 쟁기질의 요령이다.

쟁기가 넘어질 것만 같아 자꾸 손잡이를 붙잡는 손에 힘이 실린다.

땅이 깊이 갈린다싶어 쟁기손잡이를 뒤로 젖히면 땅은 갈리지 않고…….

그렇다고 손잡이에 너무 힘을 주면 쟁기는 자꾸 땅에 쳐 박히고…….

울퉁불퉁, 들쑥날쑥 쟁기에 정신을 팔리다보면 소가 제멋대로 움직이고 소에 신경 쓰면 밭갈이가 엉망이다.

"우와"."우와", "우와", "물라","물라"

감정 섞인 목소리에 괜한 소만 고생이다.

앞으로 나가는 것보다 뒤로 물러서는 것이 더 많다.

돌부리에 걸려 쟁기보습이라도 부러뜨리면 어떠나 안절부절못하던 아버지가 소의 고삐를 넘겨받아 대신 소를

몰아주자 일이 한결 수월하다.

밭두렁 양쪽을 경계삼아 어림잡아 눈짐작으로 이랑 폭을 결정하고 쟁기를 살짝 눌러 출발할 땐 땅을 파서 뒤집고

돌아올 땐 일정한 높이와 크기로 골과 두둑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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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을 식히는 비가 촉촉이 적신다.

비를 핑계로 다락골에 가지 않고 지난 추억을 반추했다.

삶은 감자와 함께 곁들인 도가 막걸리가 밀주로 빚어먹던 막걸리맛과는

견줄 수가 없다.

새참을 즐길 때 하던 쟁기질경험이 즐겁다.

편리한 기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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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원문 : 띠울영박농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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