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자주 쓰는 말이고 어떤 곳에 가면 자주 걸려있는 액자 속의 흔한 글이기는 한데요 막상 중국 자료를 찾아보니 그 출처가 명확하지는 않더군요. 삼국연의에서 제갈량이 관우를 시켜 적벽에서 도망가는 조조를 잡으라고 화룡도로 관우를 보냈을 때 관우는 조조를 놓아주고 맙니다. 관우의 오관 돌파 시절에 조조가 그를 놓아주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은혜를 갑기 위해서 였는데 이때에 제갈량이 "진인사, 수천명(盡人事, 受天命)이라고 말하여 비록 사람의 기교로 조조를 잡을 수 있었으나 조조의 운이 다하지 아니했다는 것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삼국연의는 명초에 지어진 소설이며 정사에서는 이런 말을 찾아보기 힘드니까 실제로 제갈량이 한 말이 아닐 수도 있지요. 일설에는 송나라 때의 학자인 호인(胡寅)이 그의 저서의 "치당독서관견(致堂讀書管見)"에서 “진인사이대천명(尽人事而待天命)”이라고 말했다고 하는데 막상 자료를 찾아보아도 정확하게 확인하기는 좀 어려운 것 같고 이것이 처음 사용한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습니다.
가장 근접하는 기록이 청나라 이여진(李汝珍)의 경화록(镜花缘) 제 6회(第六回)에 기재된 말로서 "尽人事以听天命"이란 말이 있는데 뜻을 보자면 사람이 최선을 다한 후에 하늘의 명을 듣는다라는 의미로 약간의 차이는 있습니다만 대체로 비슷한 의미라고 하겠습니다. 일부의 말은 공자의 중용에 이러한 뜻이 있다고 하는데 아마도 공자가 말한 “오십유(吾十有), 오이지우학(五而志于学),삼십이립(三十而立),사십이불혹(四十而不惑),오십이지천명(五十而知天命),륙십이이순(六十而耳顺),칠십이종심소욕불유구(七十而从心所欲不逾矩)(공자 자신이 15세에 학문에 때한 뜻을 두었고 30에 그 뜻의 근간을 만들었으며 40이 넘어서는 유혹에 흔들림이 없었고 50에는 하늘의 명 즉 천명을 알았고 60이 넘어서는 어떠한 말을 들어도 흔들림이 없는 귀가 순해지는 경지에 이르렀다가 70이 넘어서는 마음이 하고자 하는 대로 해도 어긋남이 없었다는 것을 표현한 것입니다) 의 내용 중 50이면 천명을 안다라는 말에서 유래한 것 같기는 합니다. 그래서 중용에서 유래하였다는 말이 많이 나오더군요.
제 생각은 이 말의 유래는 천명(天命)이란 말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이며 다분히 유학적인 사상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면 진인사 즉 사람이 최선을 다해 무엇인가를 한 후에 하늘의 뜻, 하늘의 명령을 기다린다는 말인데 이 천명(天命)이란 말 자체가 인간의 한계를 나타내는 말인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호인이나 제갈공명 그리고 청나라의 이여진 등 모두가 유학자입니다. 이 말의 최초의 연원이 그들은 아닐지라도 이 의미는 분명히 유학에서 나온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제갈량의 말 중에는 谋事在人, 成事在天(모사재인, 성사재천)이란 말이 가장 유명한데 즉 이를 꾸미는 것은 사람이되 이루는 것은 하늘이란 말로서 이 말에는 약간의 회한이 담겨있습니다. 분명히 삼국연의에서 나왔으므로 나관중이 과거의 역사를 알고 썼기 때문에 나온 말이지요. 같은 내용이지만 사실 진인사대천명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진인사대천명의 함의는 일단은 사람이 최선을 다해야 하늘의 뜻을 기다릴 수 있다는 말에 더 가깝다고나 해야할까요? 최선도 다하지 않고 인내도 하지 않는데 어떻게 기다린다고 하늘의 뜻을 받을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한실 부흥을 꿈꾸던 제갈량의 경우는 아무리 열심히 해도 하늘의 뜻이 없다면 이룰 수 없다는 한탄이고 역시 촉나라의 한계를 그도 잘 알고 있었다는 말로 해석이 되니까 사실은 다른 의미인 것입니다.
비슷한 말로 기다릴 대(待)를 들을 청(听: 聽) 혹은 편안할 안(安) 또는 받을 수(受)을 쓰기도 합니다. 역시 비슷한 뜻이겠지요. 실제로 과거에는 건국의 영웅들이 주로 가지고 있던 사상일 것이고 새로운 세력들인 유학자들이 하늘의 명을 받아 새로운 왕조를 세운다는 대의명분을 만들기 위한 글이었을 가능성이 훨씬 크다고 봅니다. 즉 하늘의 명을 받은 새로운 천자(受天命, 当天子)의 정치적인 철학이 되는 것이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