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기사 요약
2026년 6월 4일에 치러진 202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6월 모의평가 영어 영역은 지난해 수능의 출제 기조를 이어받아 예상보다 훨씬 어렵게 출제되었다. EBS 현장교사단의 평이한 수준이라는 브리핑과 달리, 입시업계와 고등학교 현장의 가채점 결과에 따른 영어 1등급 비율은 약 5% 미만으로 추정된다. 특히 이번 시험은 학업 성취도가 높은 N수생 비율이 19.8%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음에도 이러한 저조한 결과가 나왔다는 점에서 체감 난이도가 매우 높았음을 증명한다. 빈칸 추론이나 문장 삽입 같은 까다로운 유형 외에도 식물의 방어 기제를 진화론적으로 다룬 36번 문항이나 물리학의 와류 흘림 현상을 다룬 38번 문항처럼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학술적인 지문들이 대거 포함되었다. 이러한 지문들은 수십 년간 영어를 가르쳐 온 현직 교사들조차 제한된 시간 내에 완벽히 이해하고 풀기 버거울 정도로 난이도가 높아 학교 현장의 원성을 사고 있다. 교육계에서는 절대평가 수능 영어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1등급 비율이 최소 8%에서 10% 선은 유지되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하며, 평가원이 상대평가식 변별력에 집착하는 태도를 버리고 이제는 명확한 적정 난이도 기준을 분명하게 제시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2. 용어 정리
- 절대평가 : 타인과의 상대적인 위치(석차 백분위)와 상관없이, 본인의 원점수만을 기준으로 등급을 부여하는 평가 방식.
수능 영어 영역의 경우 100점 만점 중 90점 이상은 무조건 1등급, 80점 이상은 2등급을 부여하는 방식
- 상대평가: 전체 응시자 중 개인이 차지하는 상대적 석차에 따라 등급을 부여하는 방식.
현행 수능 체제에서 국어, 수학, 탐구 영역 등에 적용되며, 상위 4%까지를 1등급, 그다음 7%(누적 11%)까지를 2등급으로 분류함.
- EFL (English as a Foreign Language):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지 않고 일상생활에서도 쓰지 않는 환경에서,
순수하게 외국어로서 영어를 학습하는 교육 환경.
3. 나의 생각
이번 6월 모의평가 영어 영역을 치르며 지난 수능 당시의 기억이 고스란히 복기되었다. 당시 수능 영어가 이른바 '불수능'으로 출제되어 극심한 난이도 논란을 야기했고,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이 사퇴하는 전례까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출제 기관이 여전히 과도한 고난도 기조를 고수하는 의도는 납득하기 어렵다. 본래 수능 영어 영역을 절대평가로 전환한 핵심 취지는 과열된 무한 경쟁을 완화하고 사교육비 부담을 절감하기 위함이었다. 그렇다면 교육계와 현장 교사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듯, 1등급 비율이 최소 8%에서 9% 선을 유지하는 것이 절대평가의 도입 목적에 부합하는 적정 수준일 것이다. 그럼에도 당해 연도 입시의 가장 중요한 기준점이 되는 올해 첫 평가원 모의고사에서조차 변별력 확보에만 치중하여 어렵게 출제한 것은 절대평가 제도의 본질을 퇴색시키는 처사이다. 등급의 기준만 절대평가일 뿐, 실제 체감 난이도는 상대평가보다 가혹하게 운영되는 현재의 수능 영어 체제는 심각한 구조적 모순을 보여준다. 과거 '수능 영어 문항을 한국어로 번역하여 풀이했을 때 만점이 가능한가'를 검증하는 실험 영상을 시청한 기억이 있다. 결과는 도전한 인원 전원의 실패였다.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지 않는 수험생들이 모국어인 한국어로 완벽히 번역된 텍스트조차 그 추상성과 난해함으로 인해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이러한 지문을 제한된 시간 내에 영어 그대로 읽고 해독하여 출제 의도까지 파악하라는 요구는 비현실적이다. 매일 일반 학생들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양의 영어 지문을 접하고 학습하는 외고 재학생의 관점에서도 시험장에서 마주하는 학술적이고 관념적인 지문들은 풀이가 버거울 만큼 압박감이 심한데, 일반적인 수험생들이 느꼈을 무력감과 고통은 더욱 컸을 것으로 생각된다. 수능 영어 영역이 학생들의 언어적 소통 능력을 평가하는 본연의 기능을 상실하고, 오직 수험생들을 서열화하기 위한 기형적인 변별력의 도구로 전락한 현 출제 경향은 향후 반드시 시정되고 개선되어야 한다.
